주간조선, 단독 기사 삭제에 편집장 경질까지

"사주 눈치보기" vs "정당한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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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자회사인 조선뉴스프레스가 발간하는 시사주간지 주간조선이 지난 7월말(2367호)에 발행한 ‘대학구조개혁평가 8월 발표’ 제목의 단독 기사를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일보 안팎에서는 기사 속에서 공개된 사학 재단과 조선일보 사주와의 관계 때문에 벌어진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주간조선 기사에는 교육부가 올해 처음 실시한 대학구조평가에서 자격미달 등급을 받은 대학들(수원대·서경대·청주대·서남대)이 담겨있다. 교육부의 전수조사에서 하위 단계인 D나 E를 받은 대학들 가운데 정계와의 유착관계나 재단 비리 논란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4개 대학을 선정해 심층 보도한 것이다. 이들 대학 가운데 수원대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일가와 사돈 관계다. 방상훈 사장의 차남 방정오 TV조선 미디어사업본부장의 부인은 수원대 이인수 총장의 딸 이주연씨이다.

 

▲지난 7월 발간된 주간조선 '대학구조개혁평가 8월 발표' 기사 본문과 정정보도문.

 

교육부가 지난달 31일 전국 대학 298곳(일반대 163곳, 전문대 135곳)을 평가해 A~E등급으로 점수를 매겨 발표한 '대학구조 개혁평가 결과 및 조치방안'에서 수원대와 서경대, 청주대는 D등급, 서남대는 E등급을 받았다. 교육부 발표는 주간조선의 7월말 단독 보도가 맞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해당 기사는 주간조선 홈페이지를 비롯해 각 포털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주간조선 홈페이지 지난호 보기에도 이 기사는 삭제됐다. 단독기사를 통째로 들어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최준석 편집장이 이 기사 때문에 경질됐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실제로 지난 21일 최 편집장은 선임기자로 강등됐다.


조선일보 A기자는 “편집장 재직기간이 오래되긴 했지만 바꾸려면 함께 임명된 월간조선 편집장과 같이 이동하기 마련인데 한 사람만 교체돼서 의아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조선 계열사 B기자도 “이번 인사에 대해 내외부에서 ‘수원대 기사 때문이 아니냐’며 쉬쉬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최 편집장은 조선일보 23기로 국제전문기자로 활동하다 지난 2010년 초 주간조선으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사측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김창기 조선뉴스프레스 사장은 “우리는 원래 정기 인사가 따로 없다. (그 기사 때문에 경질됐다는 건) 호사가들이 주장하는 이야기”라며 “해당 기사의 사실 관계가 문제가 있어 삭제 조치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는) 자세한 내용까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며 “추후 보도된 정정보도문을 확인하면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이 지목한 정정보도문에는 4개의 학교 중 수원대를 다룬 부분에 대한 반론이 담겨있다. 주간조선은 김무성 대표와 이인수 총장을 ‘인척관계’로 표현한 점과, 수원대의 비리를 고발하다 파면된 교수 6명이 ‘복귀’했다고 한 부분을 정정했다. 이어 “지난 수년간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중장기 발전계획과 특성화 교육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수원대의 입장을 덧붙였다.

 

이 같은 정정보도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기자들이 많다. 중앙일간지 소속의 시사지 C기자는 “기사의 일부분이 틀렸을 경우 온라인판에는 수정해서 내보내면 될 일”이라며 “기사에서 다뤄진 주제와 주요 사실들이 ‘팩트’임에도 기사 전체를 모두 들어낸 것은 이상한 조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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