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년'이 된 중국 경제 붕괴론

[글로벌 리포트 | 중국] 박일근 한국일보 베이징특파원

▲박일근 한국일보 베이징특파원

“중국발 세계 경제 위기에 대비하라.”
최근 전 세계 언론을 도배하고 있는 기사 제목이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서구 유력 매체들은 마치 중국 경제가 당장 무너질 것 같은 보도들을 내 보내고 있다. 중국이 더 이상 세계 경제의 견인차가 아닌 세계 경제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시각들도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은 2007년 14.2%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7%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6월 5000선까지 뚫고 치솟았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이후 속절없는 폭락세가 이어지며 최근에는 3000선도 무너졌다.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그동안 땅을 팔아 재정을 메워 온 지방정부들의 부채가 늘며 언제 터질 지 모르는 폭탄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텅 빈 아파트만 즐비한 유령 도시들도 부동산 투기의 그림자다. 시장의 충격이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위안화를 강제 평가 절하시킨 것은 상황이 그만큼 급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그러나 실제로 중국 현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위기를 거의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예전보다 경기가 안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린다. 만성적인 공급 과잉을 해결하지 못한 철강이나 석유화학 등의 제조업 분야는 문제가 심각한 것도 맞다. 그러나 지금 서방 언론에서 지적하고 있는 중국 경제의 문제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졌던 사안이다. 중국 정부가 이를 모를 리 없고 대비책이 없을 리도 만무하다. 사회주의 일당독재 국가인 중국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비교적 많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사실 중국 경제 붕괴론은 이미 20여년 동안 서방 경제학자들과 언론들이 끊임없이 반복해 온 이야기다. 그러나 매번 양치기 소년이 돼 버렸다. 서구의 잣대로 중국의 문제를 재단하는 것은 늘 오류에 빠지기 쉽다. 중국 경제의 규모와 중국 경제가 가고 있는 길은 어느 나라와도 다르며 전례를 찾을 수도 없다.


사실 일반인들에게 중요한 건 국가의 전체 성장률보다는 자신의 일자리나 소득에 변화가 생기느냐 하는 데 있다. 사실 성장률을 높이려는 것도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명목상의 성장률 수치가 아니라 실질적인 일자리가 많이 늘었느냐 하는 게 더 중요하단 이야기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도시 신규 취업자 수는 718만명이다. 중국의 올해 도시 신규 취업자 목표 1000만명을 상반기에 이미 70% 이상 달성한 셈이다.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의 취업자 수도 6월 말 현재 1억7449만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할 때 46만명 늘어났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데도 일자리가 늘어난 이유는 서비스 등 3차 산업의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중국의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중 3차 산업의 비중은 49.5%로, 전년 동기 대비 2.1%포인트 높아졌다. 중국 정부가 ‘대중창업 만민혁신’이란 구호 아래 정부가 창업을 적극 장려한 것도 한 몫 했다. 중국 공상총국에 따르면 상반기 신규 등록 기업은 19.4%나 증가했다. 성장률이 전보다는 못하다고 해도 7% 성장률은 결코 낮은 성장률이 아니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일자리란 관점에서 보면 중국 경제는 생각보다 괜찮다.


사실 우리가 더 걱정해야 할 것은 중국이 아니라 바로 한국 경제다.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은 2%대가 고착화할 태세이다. 우수한 실력의 대학 졸업생도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이다. 삼성과 현대차마저도 중국 현지업체들의 성장에 시장에서 밀리고 있다. 2011년 이후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 판매 1위를 달려온 삼성은 지난해 3분기 토종업체 샤오미(小米)에 정상을 내준 데 이어 최근엔 5위까지 추락했다. 지난해 184만여 대의 판매 실적을 올린 현대기아차도 중국 토종 자동차 업체가 절반에 가까운 가격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 등을 내놓으며 고전하고 있다.


중국에선 알리바바, 샤오미 등 새로운 기업이 성장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선 재계 순위 명단에서 새로운 이름을 찾아볼 수가 없다. 미래 신성장 동력도 안 보인다. 한 기업인은 “이렇게 5년 후면 한국 경제는 회생불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이 아니라 한국 경제를 걱정해야 할 때다.



박일근 한국일보 베이징특파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