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교통위원장 비리의혹 추적

제299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 / 동아일보 장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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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장관석 기자

이른 새벽 첫 지하철엔 대화가 없다. 사람들은 저마다 고단함을 한가득 움켜쥐고 헐값의 일당을 위해 갈 길만 재촉한다. 현실은 숙명이요 처연함이다. 많은 사람들이 불합리에 절망했고, 분노했고, 또 포기하고 있다.


유력 정치인이자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의 생활은 이들과 달랐다. 그는 업자 김모 씨가 선물한 안마의자에 몸을 맡기고 피로를 풀었다. 업자가 준 외제 명품 시계를 찼고, 현금 수억원이 담긴 명품 가방을 받았다. 김 씨는 곧 안마의자였고, 안마로 몽롱해진 심신은 곧 박기춘 의원의 부정부패였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경기 남양주, 분양대행 업계, 서초동 법조타운, 여의도 곳곳을 훑으며 제보의 신빙성을 검증했다. 검증이 거듭될수록 업자와 국회의원의 유착은 팩트로 굳어졌다. 우리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냉정해지려 노력했다. 자극적 보도로 지면을 채우는 건 오히려 사람들을 서글프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도 들었다.


우리는 고비마다 맥을 짚으면서도 절제된 보도를 했다고 자평한다. 동아일보 보도로 가속화된 검찰 수사는 곧 박 의원의 탈당, 자수서 제출, 구속수감, 사실상의 정계 은퇴로 이어졌다. 민감한 사건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단 한 번의 이의 제기가 없었던 점도 뿌듯하다.


존재감 그 자체인 사회부장과, 야전사령관 법조팀장에게 감사드린다. 동아일보 법조팀원 모두를 존경한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권력을 감시하는 본연의 자세를 지켜나갈 것이다. 어디 박 의원뿐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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