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

제299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 / 서울신문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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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김상연 기자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제보를 기다리기보다는 온전히 우리의 발품, 손품, 머리품을 팔아 생산한 기획물을 선보이고 싶었다. 고위공직자 병역이행 내역 전수조사는 그런 우리의 욕구에 적합한 목표물이었다.


4급 이상 고위공직자 2만9489명에 그들의 직계비속은 1만9595명. 그 무량한 숫자 앞에서 우리는 숨이 턱 막혔다. 특히 실명으로 전재하기로 한 1급 이상 고위공직자 915명과 직계비속의 병역 이행내역을 병무청 홈페이지를 통해 일일이 검색했는데, 홈피의 속도가 너무 느리고 자료가 미비한 경우도 있어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했다.


장애물을 만나면 머리를 짜내야 했다. 병무청 홈피에는 직계비속의 복무지까지는 안 나온다. 그래서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의경 아들을 둔 공직자의 이름을 확보, 그 이름으로 병무청 홈피에서 아들 이름을 알아내고 그것으로 각 지방경찰청 홈피에서 복무지를 확인하는 방법을 썼다. 여기에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페이스북을 뒤지고 같은 부대 복무 경험자들을 별도 취재했다.


이번 기획은 제보없이 기존 데이터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데이터 저널리즘’의 길을 열었다는 언론학자의 평가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에 취재를 하면서 아직 공직자의 도덕성을 감시할 데이터는 미흡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공직자의 이름만 치면 그 아들의 복무지까지 바로 뜨는 시스템이 있다면 이번 취재는 아예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긴 시스템을 입안하는 사람들이 ‘노블레스’이니 그 정도의 ‘오블리주’를 기대하긴 힘들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언론의 집요한 감시와 취재가 간단없이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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