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 노숙인 선원으로 팔려간다

제299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부산일보 장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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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장병진 기자

노숙인들이 불법 브로커에 의해 선원으로 팔려가 열악한 환경에서 6개월 넘게 일해 받은 돈을 이런저런 명목으로 다 떼인 후 다시 노숙 생활을 하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다는 이야기는 특별하지만 모른 척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였다. 사실 확인이 쉽지 않았을 뿐더러 노숙인들은 원래부터 있던 ‘관행’처럼 이 일을 설명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숙인들의 심각한 인권침해를 그냥 두고 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취재가 시작됐다. 정보가 부족해 취재는 곧 난관에 부딪혔다. 결국 두 달 가까이 부산역 인근을 저인망식으로 훑으며 노숙인 100명 이상을 만나 사건의 윤곽과 불법 브로커에 대한 기본 정보를 얻었다. 지루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3월부터 6월까지 취재를 마쳤고 보도 이후 경찰 수사를 통해 8명의 피해자를 구하기까지는 무려 4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보도를 통해 감춰져 있던 노숙인들의 인권 유린 실태가 세상에 드러날 수 있게 됐다.


아쉬운 부분이 많다. 선원으로 팔려간 노숙인은 다시 부산역으로 돌아왔고 불법 브로커는 법의 처벌을 받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하지만 노숙인 선원 매매가 전국적인 사안이 된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긴 취재기간 동안 주변에서 ‘진짜 해야 하는 일이다’라며 용기를 불어넣어 준 사회부장님을 비롯한 부원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노숙인 문제를 자기 일처럼 생각하며 위험한 현장까지 함께 해준 이호준 실직노숙인위원장에게도 고마움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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