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성 광고' 점점 줄고 인터넷·모바일 수익 기대 이하

[신문의 오늘, 암울한 내일] ②온·오프 광고 위기
실적 악화에 광고비 줄여
'오너 리스크' 특수 옛말
온라인 광고차단 SW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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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종합일간지 사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광고매출의 ‘착시현상’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켰다. 올해 상반기 경기불황에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까지 겹쳤는데도 전년 동기대비 광고매출이 늘어났지만, 앞날은 가시밭길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신문광고 시장이 성장한 것은 지난해 4월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인한 ‘기조효과’가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주요 기업들의 ‘오너 리스크’가 연이어 불거지면서 기업광고 증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런 착시현상에 대한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졌을 뿐 아니라 중국발 위기론이 부상하면서 온·오프광고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광고 물량 대부분은 전자·자동차·철강·조선 등 ‘수출 주도형 기업’에 의존해 왔는데 이들 기업이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505개사의 상반기 실적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SK텔레콤(9.89%)을 제외하고 삼성전자(-24.93%), 현대자동차(-13.80%), 기아자동차(-13.17%), 포스코(-16.62%) 등 주요 기업들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작년 동기대비 13~25%가량 줄어들었다.


당초 이들 기업의 전략적 판매시장은 내수시장을 떠나 중국, 북미 등 해외시장으로 옮겨간 지 오래다. 그럼에도 광고를 집행하는 이유는 오너 등 기업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비판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서다. 업계에선 상품판매 목적보다는 이러한 이유에서 광고를 집행한다고 해 ‘보험성 광고’로 일컬어진다.



실제 지난해 12월부터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을 시작으로 박용성 전 중앙대 이사장(전 두산그룹 회장)의 막말 파문,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앞두고 미국계 헤지펀드 앨리엇 매니지먼트와의 표 대결, 롯데그룹 형제의 난, SK 최태원 회장 특별사면 등이 잇달아 발생했다.


문제는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된 데다 지분 정리에 따른 ‘오너 리스크’가 줄어들면서 광고 집행에 대한 필요성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협찬·광고 비중이 큰 ‘삼성 신화’가 꺼질 경우 여파는 더욱 걷잡을 수 없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2년 삼성전자가 연간 집행하는 광고비 총액은 2조7727억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기업이 한 해 집행하는 광고비(19조2366억원)의 14%를 차지했다.


한 언론사 간부는 “삼성의 경우 오너 리스크가 3~5년 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기업들이 광고보다는 협찬 쪽으로 돌리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변화는 신문시장을 주도하는 규모가 큰 신문사보다 중소신문에 더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분양광고나 상품광고 등이 있는 메이저신문과 달리 중소신문의 경우 전체 광고매출 중 대기업 광고가 차지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미래의 먹을거리’로 희망을 걸고 있는 모바일·인터넷 영역이 대안이 되기엔 역부족이다. 지면광고에 비해 매출규모가 턱없이 작을 뿐 아니라 모바일·인터넷 광고 역시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제지 경영기획실 관계자는 “지면 광고매출에 비해 인터넷 광고매출은 10분의 1 수준이고, 또 모바일 광고는 인터넷에 비해 10분의 1 밖에 안 될 정도로 아직 지면매출에 견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네이티브 광고(기사형 광고 기법)’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가격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PC에서 이미 광고 차단을 위해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애드블록 플러스’와 같은 기능을 탑재한 애플 ‘iOS9’이 9일 등장하면서 이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자들이 광고를 배제하고 기사를 볼 수 있다는 의미인데, 배너광고 등 디스플레이 광고엔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독자들은 덕지덕지 붙은 광고 자체를 ‘광고 공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광고를 볼 이유가 없어지고 광고주 역시 광고효과를 감안해 자연스럽게 호주머니를 닫을 가능성이 크다.


웹 트래픽 분석업체 페이지페어와 어도비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광고를 차단하는 PC와 모바일용 소프트웨어의 월간사용자(MAU)는 2억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광고나 협찬 등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더라도 위기 때 완충역할을 할 수 있는 대체 수익모델 발굴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워싱턴포스트가 2013년 8월 아마존에 인수된 이후 50여명의 IT전문가 및 기술 개발자를 영입하는 등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IT기업으로 변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런 위기를 대처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경우 신문 판매나 광고 판매를 대체할 만한 수익모델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 광고나 협찬에 더욱 목맬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종합일간지 전략기획실장은 “당장 디지털 콘텐츠의 유료화는 쉽지 않기 때문에 디지털 광고에서 네이티브 광고 등 새로운 영역을 창출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디지털 독자층을 늘리는 한편 언론사 브랜드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강연·공연·문화사업 등 네트워크형 사업을 강화하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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