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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들인 콘텐츠도 허사…유통 장악한 포털에 속수무책

[신문의 오늘, 암울한 내일] ①콘텐츠 생산과 유통 위기
독자 원하는 콘텐츠 생산 못해
신문 이용시간 4분의1 떨어져
온라인엔 어뷰징 기사만 판쳐
기형적 유통 구조 개선 목소리

김창남 기자2015.09.02 12:32:06

신문 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사면초가다. 신문 산업을 떠받쳤던 양축인 콘텐츠, 광고에 대한 도전은 거세지고 디지털 분야는 대안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뉴스 콘텐츠의 수명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독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 유통시장이 손 써볼 수 없는 지경까지 다다랐기 때문이다.
주 수익원인 광고시장 역시 생존을 위협하는 파고가 눈앞까지 다가왔다.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기업 광고에 대한 경고음이 나오는 데다 모바일·온라인광고 차단 소프트웨어 이용률 증가 탓에 관련 매출 역시 요동칠 수밖에 없다. ‘모바일 퍼스트’ 역시 제대로 해보기도 전에 또다시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기자협회보는 3회에 걸쳐 콘텐츠 생산과 유통, 광고, 디지털전략을 키워드로 신문의 위기를 진단하고자 한다.

다음카카오의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인 ‘뉴스펀딩’이 지난달 26일 서비스 시작 11개월 만에 후원금 20억원을 달성했다. 이 중 영화 ‘귀향’을 지원하기 위한 ‘언니야, 이제 집에 가자’란 프로젝트는 2억5000만원을 기록, 가장 많은 후원금을 받았다.


이 프로젝트는 당초 KBS, 조선일보, 한겨레 등 주류 매체에서도 다뤄졌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포털이 가진 힘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전통매체가 생산하는 뉴스콘텐츠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거리낌 없이 베껴 쓰는 ‘판박이 기사’,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이름만 ‘단독기사’ 등이 온·오프라인을 점령하면서 독자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지면을 펼칠 때마다 알맹이는 빠져 있고 주장만 차고 넘치다보니 독자들의 피로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보의 홍수’ 속에 정작 정보에 대한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독자들은 지면을 멀리하고 손 안의 미디어를 가까이하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 등을 통해 선택받은 뉴스콘텐츠 역시 대부분 단명한다. 선택이라도 받으면 그나마 다행. 대부분의 뉴스 콘텐츠는 독자와 제대로 ‘눈 맞춤’도 못한 채 한구석에 켜켜이 쌓이고 있다.


전통매체를 통한 뉴스 이용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은 플랫폼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피할 수 없는 추세이지만 뉴스콘텐츠의 위기이자 신문 산업의 붕괴를 의미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연말 발표한 ‘2014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하루 평균 신문을 이용한 시간’은 1996년 43.5분에서 지난해 10.4분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20년 만에 4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콘텐츠 혁신 등을 게을리 한 신문사 책임도 크지만 모든 책임을 언론 탓으로 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엄호동 파이낸셜뉴스 온라인부국장은 “편집이 살아야 공들인 기사를 오래 동안 잡아 줘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데 현재 포털에선 공들인 기사나 검색어로 잡혀 베껴 쓴 기사나 소멸시간이 5분 내외”라며 “편집이 사라지면서 생겨난 문제가 동일기사를 반복 전송하는 ‘기사 어뷰징’”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사 경영진 입장에선 기사에 투입되는 인력이나 비용 등 자원은 다르지만 포털에서 유통되는 시간이 뻔하다보니 선택이 한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다. 예전엔 공들인 기사를 자사 홈페이지에서 전략적으로 내세울 수 있었지만 유통 주도권이 포털로 넘어가면서 헛수고가 된지 오래다.


‘선순환 구조’가 되기 위해선 공들인 기사에 트래픽 등 일정 이상의 성과가 나와야 하지만 온라인 생태계에선 검색어 기사와 동급 취급받고 있다.


그렇다고 좋은 기사로 채워진 지면 덕에 구독자가 늘어나면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도 있지만 지면에서 희망을 찾는다는 것은 이미 ‘버려진 카드’다. 동아일보(206만부), 조선일보(232만부), 중앙일보(207만부) 등 3사의 발행부수는 2003년 200만부를 넘겼지만 지난해의 경우 동아 91만부, 조선 167만부, 중앙 105만부 수준까지 떨어졌다.


독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보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라는 주문 역시 언론계에선 먼 나라 얘기로 들릴 수밖에 없다.
한 종합일간지 온라인부서 관계자는 “검색어 기사가 모든 시도를 가로막는 원인이 됐다”며 “원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새로운 모델이 나와야 하지만 1~2년 동안 기다려줄 수 있는 경영진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색어 기사는 투자 없이 단기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유혹을 쉽게 떨칠 수 없다”며 “유통·편집의 주도권이 언론에서 포털로 넘어간 2002년 이후 심화되고 있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해결책이 이미 ‘언론계 손’을 떠났다는 점이다.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도 유통 문제가 발생하면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되풀이 되고 있다. 반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투입되는 비용만 높아지고 있는 꼴이 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짝퉁 기사’인 검색어 기사나 기사 어뷰징에 손을 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언론계 자정노력만으로 ‘판’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포털, 정부 등이 함께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언론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콘텐츠의 위기는 검색어 기사 등을 생산하는 언론사와 이를 방치하고 유통시키는 포털, 연예·스포츠 등 연성기사만 편식하는 독자들이 함께 빚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콘텐츠 제작 및 유통 비용을 줄이기 위한 공동 대책을 마련하고, 줄어든 비용을 콘텐츠 생산에 재투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정섭 성신여대 미디어영상연기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동 인쇄·제작·배송 등을 할 수 있는 공용 인프라를 만드는데 지원하는 대신 언론사는 비용절감을 통해 얻어지는 수익을 콘텐츠에 재투자해 기사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 소장도 “콘텐츠는 단기간에 효과 볼 수 없는 상품이기 때문에 꾸준히 품질을 높이는 노력을 하면서 동시에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공유를 확대해 나갈 수밖에 없다”며 “이런 노력은 전사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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