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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원 몰래 보도, 떳떳하다는 위키트리

배우 김의성씨 트윗 기사화 논란
연락도 않고 인용 “관음일기”
“임베드 기능 사용했다” 해명

최승영 기자2015.08.26 12:51:00

인터넷매체 ‘위키트리’가 배우 김의성씨의 트윗을 동의없이 기사화하고, 관련 보도를 삭제해달라는 김씨의 요청도 묵살하면서 저널리즘의 기본을 저버린 행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디지털 퍼스트’시대 과도기에 등장한 이 같은 매체들에게 최소한의 저널리즘 원칙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함께 SNS게시물 등을 인용한 보도에 대해 언론계 전체의 자성과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난 19일 ‘위키트리’는 <배우 김의성이 트위터에 풀어놓은 ‘동료 배우 썰’>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날 오전 배우 김의성씨가 이정재, 하정우, 전지현, 김혜수 등 자신과 함께 작업했던 동료배우들에 대한 생각을 밝힌 20여개의 트윗 중 일부를 모아 기사화한 것이다. 이에 김씨는 “촬영장에서 만난 동료배우들의 소소한, 게다가 농담까지 섞여 자칫 오해의 소지도 있는 잡담들을 끌어 모아 그것만으로 기사를 내다니 이게 언론이고 이게 기자인가”라며 “사전에 한 마디 동의도 구하지 않고, 심지어 사후에 제가 불쾌감을 표하고 삭제해달라는 부탁을 했음에도 기사를 버젓이 유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씨는 “그건 기사가 아니고 관음일기다. 다시는 이런 식으로 기사를 만들지 말아달라. 이건 법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해당보도에 대한 문제제기 후 트위터에서는 논란이 된 기자와 위키트리의 ‘당사자 동의 없는 인용·기사화’ 등을 두고 누리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인터넷 매체 ‘위키트리’는 지난 19일 배우 김의성씨의 트윗을 당사자 허락 없이 기사화해 SNS등에 게재했다(사진 오른쪽). 이후 김의성씨는 해당 트윗을 삭제하고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왼쪽).

이에 해당 기자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 “김의성씨는 여러 영화를 통해 대중에게 잘 알려진 배우인지라 모든 사람에게 공개된 트위터에 쓴 트윗글을 기사화하는 게 무리라고 생각지 않는다”며 “그 내용 자체도 기사화할만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또 “각 트윗은 트위터가 제공하는 ‘임베드’ 기능을 사용해 옮겼다”고 해명했다. ‘임베드(embed)’는 트위터 등 SNS게시글을 다른 웹페이지에서도 그대로 구현해 퍼갈 수 있도록 한 기능이다. 현재 김의성 씨는 해당 트윗을 삭제하고 트위터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위키트리의 해당 기사는 25일 오후 4시 현재 페이스북 조회 96만여 회, 트위터 노출 32만여 회로 여전히 게재된 상태다.


위키트리는 자사 홈페이지 ‘뉴스 스토리텔링 가이드라인’을 통해 “포스팅을 임베드할 때는 포스팅 당사자에게 사전동의를 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위키트리 공훈의 대표는 지난 2월 위키트리 창간 5주년 공개 강연회와 그의 저서 ‘SNS는 스토리를 좋아해’ 등을 통해 “저작권 개념은 앞으로 자연스럽게 소멸될 것”이라며 미디어콘텐츠를 스토리텔링에 맞게 편집하는 것이 SNS의 글쓰기라고 누차 강조해왔다.


최민영 경향신문 미디어기획팀장은 “공익성에 부합하고 급박한 사안이 아니라면 보도 전 취재원에게 허락을 구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기본”이라며 “더욱이 웹 사용자들 간 공감대 형성이나 납득할만한 상식선에 대한 설명 없이 자의적인 기준에 가까운 자체 사규를 근거로 든 것은 가장 취재하기 쉽고 수익을 얻기 편한 방식을 변명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태 후 특정 매체에 실리기 싫다는 거부감으로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한 이들이 많이 보이는데 이는 흐르고 연결돼야 할 정보의 교류에 장애물이 되는 결과”라고 꼬집었다.


현행 트위터 등 SNS의 이용약관은 이 같은 보도를 가능케 하는 근원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트위터 이용약관은 “본 서비스에서 혹은 본 서비스를 통해 콘텐츠를 제출, 게시 또는 게재함으로써 귀하는 (현재 알려져 있거나 차후에 개발될 수 있는) 모든 미디어 또는 배포 방식을 통해 해당 콘텐츠를 전 세계에서 이용, 복사, 복제, 처리, 각색, 변경, 공개, 전송, 게재 또는 배포할 수 있는 비독점적이며 무상의 라이센스(2차 라이센스를 허여할 수 있는 권리 포함)를 당사에 허여한 것으로 간주됩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정확히는 ‘임베드’형태만 지킨다면 이용자들이 트위터에 전체공개로 남긴 트윗은 언제든 기사가 될 수 있다.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디지털전략팀 차장은 “해외 매체들은 유명인의 트윗에 대해 개인의 의견을 팔로워에게 전달한다는 걸 존중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게재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방향”이라며 “현재 취재기법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내세울게 아니라 반성과 진지한 고찰이 필요할 때”라고 제언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보도들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게시물을 너무 쉽게 보도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존 전통 매체들도 손쉬운 저널리즘을 버리고 한국적 소셜 취재기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회적 논의를 해야 된다”면서 “저널리즘의 변화나 진화는 근본적으로 상호성, 연결성인 만큼 수용자의 요구를 적극 경청하고 비판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개별 매체의 브랜딩과 평판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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