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저널리즘 옥죄는 정권의 방송 개입

경영진 등 제작자 압박
불공정 덧씌워 위축 효과
뉴미디어 결합 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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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의 황우석 줄기세포 연구 사기 보도 10년, ‘그것이 알고 싶다’ 1000회 방송을 맞이해 탐사저널리즘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는 한국언론정보학회와 한국PD연합회가 주최한 ‘탐사저널리즘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가 진행됐다.


발제를 맡은 원용진 서강대 교수는 2007년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방송에 대한 정권의 노골적 통제와 개입이 탐사저널리즘을 심각하게 위축시켰다고 분석했다. 원용진 교수는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 광우병 파동은 PD저널리즘 및 공영방송에 대한 정권 차원의 통제가 노골화된 직접적인 계기였다”며 “국가-공영방송 제도의 물질성과 물리력이 전면에 부상하며 방송 저널리즘의 판을 바꾸었고 PD저널리즘과 탐사저널리즘을 옥죄었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장해랑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도 “정치적인 사내 경영진, 그 경영진을 압박하는 이사회와 함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라는 구조, 보수언론 및 종합편성채널까지 가미해 탐사보도 프로그램 제작자들을 압박하고 있다”면서 “고착화된 이 구조 속에서 제작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압박을 받는다. 구조를 깨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는 한국언론정보학회와 한국PD연합회가 주최한 ‘탐사저널리즘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가 진행됐다.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는 “황우석 보도로 인해 ‘PD수첩’은 상당한 신뢰감을 얻었고 2008년 광우병 보도 이후 2010년까지 당대의 현안들을 방송에 담아냈다”며 “그런데 김재철씨가 사장으로 내려오면서 그런 ‘PD수첩’이 간단하게 꺾였다”고 말했다. 그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등이 결국 ‘PD수첩’의 입을 틀어막았고 그 이후 탐사저널리즘이 후퇴했다”면서 “지배구조 개선 등 구조적 변화를 통해 공영방송을 살려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불공정 프레임’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홍성일 서강대 교수는 “2004년 방송위원회가 한국언론학회에 의뢰한 ‘대통령 탄핵관련 TV방송 내용분석 보고서’에서 공정성 프레임이 등장한 이후, 사회적 파장을 낳은 탐사저널리즘에는 늘 불공정의 혐의가 씌워졌다”면서 “공정성의 과잉은 언론인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낳을 것으로 여겨지는 소재를 선택하지 않는 불공정한 권력 효과가 발생됐다”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성과와 전망을 분석한 이기형 경희대 교수도 ‘그것이 알고 싶다’의 소재, 의제 선택에 있어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것이 알고 싶다’는 시민주체 상당수가 알지 못했던 범죄사건이나 우리 사회 내 사회적인 병리현상과 부조리를 매우 세밀하고 흡입력 있게 진단했지만 돌출된 정치적 이슈들이나 쟁점들에 대한 진단과 검증의 측면에서는 크게 인상적이지 못했다”면서 “그간의 ‘PD수첩’ 관련 재판이나 보수언론 등이 주도한 공격과 비난들, 그리고 시사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한 표적 심의 등의 문제는 이들 영역의 생산자들을 움츠러들게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철원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팀장은 “사람들도 필요한 의제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면서 “더 많이 보게 만들고 싶지만 소재가 주는 한계가 있다. 요즘 우리 사회의 권력층에 대한 공분이 많은 것 같은데 관심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탐사저널리즘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논의됐다. 원용진 교수는 “공영방송 바깥의 ‘고발뉴스’ ‘뉴스타파’와 같은 매체가 새로운 탐사저널리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들의 물질적 근거는 취약하고 역사는 일천하다. 공영방송이 국가와의 고리를 끊어내고 새로운 매체와 함께 어우러져야 탐사저널리즘이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해랑 교수는 “뉴미디어와의 결합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미디어를 연결한 크로스 미디어, 크로스 플랫폼 형태의 네트워킹을 통해 탐사 프로그램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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