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비용 문제 삼으면 기자 '월급쟁이' 전락"

[기자교육, 이대로 좋은가]②재교육은 남의 나라 얘기
어린연차, 지역기자들 소외
경영진 무관심에 의지 꺾여
취재기법 교육 등 받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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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역일간지에 근무하는 A기자는 올해로 3년차다. 그는 입사한 이래 교육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심지어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진행하는 수습기자 교육에도 참여한 적이 없다. A기자는 “수습교육의 경우 다른 언론사 기자들과 접촉하면 이직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보내지 않았다”며 “이후에도 회사 사정상 재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교육은 기자 개인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라 회사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기회인데 회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현실이 열악하더라도 교육 기회를 적극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00명 중 96명. 언론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2013 언론인 의식조사에서 재교육의 필요성을 질문한 결과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다. 재교육의 중요성은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강조되고 있다. 특히 급변하는 언론 환경 속에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전혀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 시대가 도래하고 있고,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인 교육이 필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자들이 재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현실과는 반대로 동일한 조사에서 재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한 기자는 3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이 같은 사실은 기자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재교육을 받기 위한 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기자들이 지난 4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원자력안전 현장연수에 참여해 교육을 받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특히 지역 언론에 종사하는 기자에게 재교육은 남의 나라 얘기다. 여건이 열악한 언론사가 많은 만큼 중앙 언론사에 비해 제대로 된 재교육을 시행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역일간지 B기자는 “지역 차원에서 실시되는 기자 교육 자체가 별로 없다”며 “지역 언론 특성 상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보니 교육받을 여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려운 근무 환경일수록 더욱 재교육에 신경을 써 기자의 실력, 기사의 질을 높여야 된다”고 말했다. 지역통신사 C기자도 “지역에서는 기자를 일에 바로 투입하려고만 하지 좋은 기자로 키우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기자를 교육시켜야 한다는 사주의 의지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기자 스스로 교육을 받고 싶어도 시도조차 해볼 수 없다”고 전했다.


한창 현장을 뛰어다닐 5년차 미만의 기자에게도 재교육을 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과다한 업무에 시달려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론인 의식조사에서 평기자들은 다른 직위와 달리 재교육 환경의 문제로 본인의 의지나 노력 부족보다는 과다한 업무량 등 다른 요인들 때문에 제대로 재교육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종합일간지 D기자는 “전문대학원 진학도 어느 정도 스케줄 조정이 가능한 5년차 이상 기자나 가능한 얘기다. 그 전까지는 출입처 돌고 취재하고 기사쓰기에도 하루가 빠듯하다”며 “회사 내에서 선배에게 배우는 도제식 교육 방식으로는 틀에 박힌 기자가 될 수밖에 없다. 정보의 출처는 무한대로 늘어나고 일반시민도 쉽게 정보제공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기자 개인의 전문성은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필요로 하는 재교육은 어떤 내용일까. 일부는 급변하는 미디어 시대에 맞춘 미디어 활용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방송사 E기자는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뉴미디어를 활용한 취재능력을 키울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며 “빅 데이터 활용뿐만 아니라 SNS를 통한 독자와의 협업 등 다양한 취재기법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합주간지 F기자도 “뉴미디어 활용에 있어 기자만큼 무지하고 둔감한 집단이 없는 것 같다”면서 “기사는 읽혀야 한다. 새로운 기사 전달법에 대한 다양한 교육을 받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된 교육은 저널리즘 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교육이다. C기자는 “기자가 사회적 사명감이나 공적 의무감이 없다면 그것은 기자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손해라고 생각한다”며 “기술적인 측면보다 기자정신을 다시 되새길 수 있는 교육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B기자도 “기자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 취재하면서 지켜야 할 보도 준칙, 현장의 즐거움을 환기시킬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며 “입사했던 때와 지금의 생각이 너무 다르다. 좋은 기자가 되기 위한 정신적이고 의식적인 교육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테크니컬한 것 못지않게 기자와 언론의 사회적 책무, 저널리즘의 윤리 등은 재교육 ‘필수과목’으로 편성돼야 할 만큼 중요하다”며 “기자들이 그런 교육을 필요로 하는 데 적극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는 회사에 있어 보물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들보다 기자의 만족도를 높여야 좋은 콘텐츠와 아이디어가 나오는데, 적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효과를 보는 것이 재교육”이라면서 “언론사에서 자사 맞춤형 재교육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언론사가 교육비용을 문제 삼는 ‘회사’가 되는 순간 기자도 월급쟁이로 전락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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