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삶의 격차 보여주는 게 밥상"

경향신문 '지구의 밥상'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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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에 대한 관심이 넘쳐나는 요즘, 과연 우리는 먹을 것이 내포하고 있는 정치·경제·사회적 의미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경향신문은 지난 3일부터 지역의 색깔과 전통이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지정학적 공간으로의 밥상에 주목하며 ‘지구의 밥상’이란 제목의 기획을 내보내고 있다. ‘지구의 밥상’ 특별취재팀 팀장인 구정은 경향신문 기자는 “밥상은 세계에 존재하는 ‘차이’를 보여준다”며 “부국과 빈국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한 나라와 지역 안에서도 밥상의 차이는 곧 삶의 격차”라고 말했다.


기획은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기획회의에서 여러 아이디어를 놓고 고민하던 중 ‘먹을 것’에 대해 다뤄보자는 얘기가 나왔고 단순히 식량 부족 문제가 아니라 밥상을 통해 지구를 보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지난해 영국에서 굶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기사가 나왔어요. 잘 사는 나라인 영국에서조차 무료급식을 받는 사람이 100만 명에 달한다는 기사였죠. 무엇이 문제일까. 이런 의문들이 기초가 돼 기획안이 만들어졌습니다.”


▲‘지구의 밥상’ 특별취재팀. 왼쪽부터 사진부 강윤중 기자, 국제부 구정은, 남지원 기자, 모바일팀 정대연 기자, 국제부 김세훈 기자.

국제부 기자들을 주축으로 해 모바일팀과 특파원 등 8명으로 구성된 특별취재팀은 이후 20만원어치의 책을 구입해 함께 읽고 세부 아이템을 취합하는 한편 외신 보도를 스크랩하는 등 자료를 비축하기 시작했다. 출장지역을 정하고 나서는 섭외는 물론 구체적으로 해당 지역을 알아봤고 6월부터 두바이, 영국, 프랑스, 인도 등으로 취재를 떠났다.


구 기자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나우루로 가게 됐다. 가는 데만 2박3일이 걸릴 정도로 먼 나라지만 넓이 21㎢에 해안선이 30㎞에 불과한 작은 섬이었다. 그는 3박4일의 취재 기간 동안 그야말로 섬을 샅샅이 훑었다. “슈퍼, 학교, 심지어 당뇨병 예방 포스터가 몇 개인지 셀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나라였어요. 그 작고 외딴 섬은 완전히 콜라식민지화 되었는데 정크푸드와 상품화된 식량이 홍수처럼 밀려들고 있었죠. 상품은 세계와 연결돼 있는데 사람과 땅이 고립되어 있을 때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인류 미래의 실험장 같았어요.”


그뿐만 아니라 다른 기자들도 지구의 밥상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지를 여실히 깨달았다. 국토 대부분이 사막인 두바이에서는 7개국의 원산지 표시가 붙은 싱싱한 토마토가 마트에 진열돼 있었고, 걸프 산유국들에 채소를 파는 에티오피아에서는 아이들이 옥수수죽을 먹으며 자라나고 있었다. “미국의 식품사막, 프랑스의 유기농 식품, 인도 빈민가의 자급자족 끼니를 통해 먹는 것이 어디에서, 누구의 노동력으로 생산된 것인지 독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의 몸과 삶과 지구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들이니까요.”


독자들의 반응은 좋았다. 200자 원고지 35매 분량의 긴 기사지만 평소에 국제 기사에 관심 없던 독자들도 재미있게 읽었다며 많은 호응을 보내고 있다. “아직 계획했던 10회를 채우지 않았는데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는 연락이 와서 준비 중이고요. 웹콘텐츠로도 재가공할 예정입니다.”


구 기자는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이번 기획은 국장과 부장 등 간부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장기간 한 기획에 매달려 취재를 한다는 건 돈과 인력 면에서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선배들에게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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