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으로 한 달 살기

제298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 / 시사인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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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이상원 기자

지난 4월, 선배가 책 한 권을 알려줬습니다. 에런라이크가 쓴 ‘노동의 배신’. 미국 중견 여기자가 워킹푸어로 1년을 산 뒤 쓴 책은 현장 기사의 백미였습니다.


책을 읽고 토론을 하자던 선배는 제안했습니다. “최저임금을 벌며 한 달간 생활하고 매일 가계부를 써보자. 재미있겠다.”


체험은 시작됐습니다. 월 24만원짜리 고시원에 짐을 풀었습니다. 창문이 없었고 화장실 두 칸을 50여 명이 썼습니다.


호텔 주방·공장·마트·주유소에서 최저임금을 벌며 한 달을 살았습니다. 하루 평균 8시간 서서 일했습니다. 쉬어야 할 때는 화장실 변기에 몰래 앉아 있었습니다. 열악한 환경과 노동 강도 탓에 몸은 상해갔습니다. 힘들게 번 일당은 쉽게 나갔습니다. 의식주에 드는 돈만으로도 버거웠고 친구와 맥주라도 한잔 마시면 출혈이 컸습니다. 밤마다 떨면서 가계부 적는 일이 잦았습니다. 아낀다고 아꼈는데도 한 달 만에 10만원 적자가 났습니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450원 올랐습니다. 직접 살아보니 최저임금법이 밝힌 ‘근로자의 생활 안정, 노동력의 질적 향상’ 실현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 같습니다. 지금도 제가 자던 방에 자고, 제가 하던 일을 하며 하루하루 버티는 사람이 있습니다. 최저임금이 그들의 생존이 아닌 생활을 보장하는 제도가 되기를 바랍니다.


시사IN은 지면 보도뿐 아니라 체험을 바탕으로 게임을 만들어 게이미피케이션도 선보였습니다. 어설픈 체험기가 독자들에게 읽히고, 게임을 통해 최저임금 제도에 대해 독자들이 조금이나마 고민했다면 선배들 덕분입니다. 최저임금 한 달 살기 체험을 하며 겪은 일, 만난 사람들을 앞으로도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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