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내화재(耐火材), 불타버린 시민안전

제298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방송 / JTBC 강신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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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강신후 기자

화재 발생 시 화염과 유독가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건축물 내 배관 등 관통부위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내화충전재. 건설사가 이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종종 나왔다. 그런데 내화충전재를 제대로 설치해도 소용없다는 시험결과를 접하게 됐다. 정부인증을 받은 제품들을 다시 실험했더니 처참히 타버려 불길을 막지 못했다.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됐다.


내화충전재 제조업체들이 인증시험을 위해 제출한 샘플과 시중에서 유통되는 제품의 두께·무게 등은 차이를 보였다. 게다가 이런 ‘불량’ 제품들이 대형 공사현장 곳곳에서 쓰이고 있었다. 불을 막아야 하는 건설자재가 되레 불길을 열어주고 있다는 사실과 관련 업계의 실태를 집중 보도했다.


처음에는 JTBC에서 보도한 실험이 ‘엉터리’라고 주장하던 제조업체들은 이내 실험결과를 인정하고 품질개선을 약속했다. 해당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건설사들은 내화충전재 시공을 중지했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재검증을 통해 문제가 된 업체들의 인증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제조업체들의 문제로만 치부하려는 국토부의 태도는 씁쓸하다. 성능시험에서 적합판정을 받기만 하면 제조업체들이 시중에 어떤 제품을 유통하는지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책임은 국토부에 있기 때문이다. 성능시험제도도 문제다. 10번 시험에서 9번을 실패하더라도 한 번만 성공하면 적합 성적서를 내준다. 이런 구조에서는 불량 내화충전재가 또다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할 때까지 관련 보도가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다.


쉽지 않은 취재를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전진배 사회2부장과 보도국 선후배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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