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양항 여객선 좌초…예견된 사고

제298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제주MBC 김찬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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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MBC 김찬년 기자

운항을 시작한 지 불과 닷새가 지난 여객선이 한 달 전 공사를 마친 항만에서 좌초됐다. 사고 소식을 듣고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항만 안에서 배가 좌초되지?’ 다음날 새벽 배를 타고 현장으로 향했다.


항만관리를 맡은 제주시와 운항 면허를 발급한 제주해양관리단, 해양안전심판원은 하루 만에 선장의 운항과실을 원인으로 발표했다. 지역 언론들은 제주시에서 발표한 보도자료를 받아 운항과실로 사고를 마무리 지었지만 납득이 되지 않았다. 항만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상식의 문제였다. 항만 설계도와 설계 규정, 여객선 제원을 요청했다. 어이가 없었다. 사고가 난 여객선은 길이가 112m인데 항만 설계는 90m 여객선에 맞춰졌다. 제주도는 당시 89m짜리 여객선이 취항할 예정이어서 거기에 맞춰 설계했단다.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여유 공간 없이 딱 맞게 지었는데 기대와 달리 20m가 더 긴 배가 들어왔단다.


공사는 그렇다 치자. 그런데 어떻게 운항 면허가 났을까? 운항 면허를 준 해수부에 물어봤다. 어이가 없었다. 항만이 90m 여객선에 딱 맞게 설계됐지만 선장이 조심히 운전하면 된단다. 시범 운항은 딱 하루. 선장이 괜찮다는 답변을 했기 때문이란다. 해양경비안전서가 설계와 면허과정까지 수사를 확대하자 운항 부주의를 주장하던 해수부와 제주도는 항로 조사와 추가 준설 계획을 발표했다. 370억원의 국비가 들어간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은 이렇게 또다시 중단됐다. 어이없는 공사와 운항 면허에 화가 났고, 주민들에게는 미안했다.


해경은 담당 공무원에 대해 소환 조사를 벌이고 있고, 신양항 수중 암초는 제주도의 답변과 달리 공사비용이 많이 들지 않은 연암질이었다. 아직 취재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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