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법제로 경직되는 일본사회

[글로벌 리포트 | 일본] 이홍천 도쿄 도시대학 교수

▲이홍천 도쿄 도시대학 교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케 하는 안보법제가 중의원을 통과한 가운데 일본 사회가 점점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기 힘든 사회적 분위기가 되고 있다. 안보법제에 대해서 반대하는 시민들과 언론의 입을 막으려는 시도가 지자체를 중심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지자체의 경직된 자세로 인해 시민들의 안보법제 반대활동이 위축되는 경우도 적지않다.


안보법제는 지난 16일 중의원에서 강행 처리된 다음 참의원으로 보내졌다. 참의원에서 거부된다고 하더라도 중의원에서 재의결될 가능성이 높다. 중의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연립여당이 재의결에서 안보법안을 거부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참의원에서 의결을 미뤄도 60일 룰에 의해서 자동적으로 법안이 성립되기 때문에 연내성립은 확정적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서 반대의견을 잠재우려는 지자체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13일 수도권의 한 도시에서 벌어진 집단 자위권 비판행사에 출연한 일본의 아이돌 그룹이 아베 총리와 집권 자민당을 비판하는 내용의 노래를 불렀다고 해서 이 도시는 후원을 취소한다고 선언했다. 이 행사는 이 도시 시민단체 ‘헌법9조 야마토회’가 주최했다. 행사에 출연한 아이돌 그룹은 “악의 근원 자민당” “자민당을 타도하자”라는 내용으로 가사를 바꿔서 안보법제를 비판했다. 아이돌 그룹 한 멤버는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할 수 없는 사회가 된다면 (민주주의는) 끝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아베 총리의 측근이 주최한 연구모임 ‘문화예술 간담회’에서 아베 정권과 안보법제에 반대하는 언론사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와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연구회 강사로 출연한 소설가 하쿠타 나오키씨는 안보법제에 반대하는 오키나와의 신문은 “뭉개버려야 한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참석 의원들은 발언을 제지하기는커녕 언론을 목조르기 위해서는 광고수입을 없애버리면 된다고 한발 더 나아가, 일본신문협회가 항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반대의견을 허락하지 않는 아베 총리와 자민당의 자세는 공영방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중의원 평화안보법제특별위원회에서 안보관련 법안이 강제 통과됐지만 NHK는 이를 중계하지 않았다. 여야 합의로 개최되는 위원회나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한 질의응답 등을 고려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는 것이 NHK의 변명이다. 안보법제 통과에 불리한 사회분위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가 눈에 보인다. 이런 의도는 NHK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NHK는 자민당의 세습의원을 조사한 분석정보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데이터저널리즘을 표방하면서 전후 70년간 국회의원 데이터를 분석한 프로그램은 일본 세습의원의 대다수가 자민당에 집중되어 있고, 특정 대학 출신이 많았다는 사실을 밝혀냈지만 이번 달 들어 삭제된 것을 확인했다.


아베 정권은 안보법제에 반대하는 의견을 용납하지 않는 ‘구우키(공기(空氣)의 일본발음)’를 만들려고 필사적이다. ‘구우키’는 압력을 가진 여론이라는 의미의 일본어로 일본이 왜 전쟁에 돌입했는가, 왜 가미카제 특공대를 멈추지 못했는가를 설명할 때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개념이다. 구우키에 반대하는 여론이나 개인은 사회적 제재를 받았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안보법제 반대 집회에 장소사용을 거부하는 사례로 정부여당내의 구우키를 반영한 것이다.


안보법안이 중의원에서 통과된 이후 내각 지지율은 급락하고 있다. 아베 정권 지지의 산케이신문 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39.3%로 처음으로 40% 이하로 떨어졌다. 한 달 만에 7% 가량 떨어졌다. 아사히신문 조사에서는 36.1%,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는 35%로 지난달에 비해서 10% 이상 하락했다.


지지율 하락을 막아보려고 아베 총리가 직접 나섰다. 20일에는 후지텔레비전의 긴급 생방송 정보프로그램에 출연, 미·일 양국의 소방수가 힘을 모아서 화재를 진압하는 모형을 들고 나와서 안보법안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이에 앞서 아베 총리는 7월 초 5회에 걸쳐 인터넷방송에 출연해 안보법제를 알기 쉽게 설명했지만 시청자는 1만명을 겨우 넘어선 정도다. 반대의견을 묵살하면서 한편으로는 언론에 나와서 “충분히 설명했다”고 국민들에게 이해를 강요하고 있다. 지지율 하락으로 구우키가 변할 것인가 지켜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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