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1면에 없는 국정원 해킹 보도

16일자 지면…경향 한겨레 3개면 보도와 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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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불법감청프로그램을 구입하고 이를 국내사찰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주요 일간지들이 보도 태도에서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일간지 9곳의 16일자 신문에서 국정원 해킹 의혹 관련 사안 보도내용과 양, 순서 등을 분석한 결과 경향·한겨레신문 등은 1면과 일부 면 전체를 할당하는 등 총 3개 면을 통해 집중보도했지만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은 1개 면에서 1~2건의 보도를 전하는 데 그쳤다. 아울러 경향·한겨레신문이 “RCS를 국내에서 사용한 사실이 없고 해외에서 활동하는 북한 공작원을 대상으로 사용했다”는 국정원 해명의 반증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만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사안을 건조하게 전달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7월16일자 한겨레신문 1면(왼쪽), 조선일보 1면

한겨레신문은 이날 <국정원, 2012년 총선, 대선 직전 ‘해킹 계정’ 대거 주문>, <“국정원 수사검토”, 김현웅 법무 밝혀>라는 제목의 기사 2개를 1면에 게재하는 등 총 8개의 기사를 통해 관련 보도에 집중했다. 특히 3, 4면을 통째로 ‘국정원 해킹 의혹 파문’ 보도에 할애하며 국정원의 실정법 위반 가능성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책임론,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진상조사위원장직 수락, 국정원의 간첩증거 조작 피해자인 유우성씨 스마트폰 해킹 의심 보도 등을 전했다. 한겨레신문은 이를 통해 국정원이 전방위적 국내사찰에 해킹툴을 활용했다는 점을 보도하는 한편 총선, 대선 등의 개입여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경향신문은 <국정원, 안수명 박사 해킹하려 했다>라는 제목의 1면 보도를 통해 국정원이 천안함 폭침설에 반박한 안 박사에 대한 해킹을 시도한 정황이 나타났고 전했다. 이어 3면에서 관련 사안을 자세하게 전한 경향신문은 국정원이 이 프로젝트를 조직적으로 추진·활용했다는 추정과 국정원발 스마트폰 불법감청 소식에 따른 여권의 볼멘소리를 게재했다. 경향신문 역시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과 민간사찰 가능성에 초점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이날 지면 전체를 통틀어 각각 1건, 1건, 2건의 관련 사안을 보도하는 데 그쳤다.


조선일보는 이날 6면 <위키리크스 “국정원, 변호사 1명 해킹”>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위키리크스를 통해 국정원이 변호사 한 명의 컴퓨터를 해킹했다는 내용의 이메일이 공개됐다는 소식과 함께 변호사의 국적과 신원 언급은 없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기사 말미에서 “국정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을 통해 합법적 휴대전화 감청이 가능하도록 해야한다는 요구를 하고 있다”며 국정원 관계자의 발언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또 같은 면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울산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 새정치민주연합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탈당, 조국 서울대 교수와 천정배 의원의 설전 소식 등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관련 소식을 ‘경제부총리 취임 1년’으로 명명한 10면 하단에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안철수 ‘백신’ 전공 살려 국정원 도·감청 의혹 조사위원장에>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국정원 도·감청 의혹을 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제제기와 이에 따른 조치를 보도하는 데 머물렀다. 


동아일보는 5면을 통해 조선·중앙일보보다는 많은 2건의 기사를 게재했다. 동아일보는 <“原電해커 추적되나”…국정원, 유령회사 통해 문의 의혹>, <‘해킹 조사위원장’ 전공 살린 안철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나나테크’외에도 국내업체 3곳 이상이 이탈리아 해킹팀과 접촉했고, 안 의원이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의혹 조사책임을 맡게 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동아일보는 한겨레·경향신문이 국정원의 국내 사찰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과는 달리 원전 도면을 공개한 해커를 추적하기 위해 해당 프로그램을 구매했다는 국정원의 입장을 소개하고 국정원보다는 프로그램 구입을 중개한 유령회사의 존재에 무게추를 기울였다. 동아일보는 또 같은 면에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전 원내대표가 15일 발간한 ‘누가 지도자인가’ 저서를 빌어 “문재인 대표의 원칙주의는 절반의 미덕”이라 전했다. 


한편 이날 국민일보는 4면 하단에 2건, 서울신문은 4면(정치면)에 1건, 세계일보는 5면에 2건, 한국일보는 4면에 3건의 보도를 국정원 해킹 의혹 사안에 할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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