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듬뿍, 정성 듬뿍…저만의 특급 레시피입니다"

늦게 배운 요리에 푹 빠진 전준호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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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마간참후깨설. 주문 같은 이 단어를 전준호 한국일보 기자는 열심히 외웠다. 학원에서도,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단어의 정체는 바로 파, 마늘, 간장, 참기름, 후추, 깨소금, 설탕의 앞 글자를 딴 것. 불고기 요리할 때 들어가는 양념을 외우기 좋게 줄여 만든 것이다.


폼에 살고 폼에 죽는 ‘갱상도 싸나이’는 지난 3월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 시작을 선언했다. 그동안 시간 부족과 주위 시선에 신경 쓰느라 차마 도전하지 못했지만 이대로는 죽을 때까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과감히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아비로서, 남편으로서 가족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챙겨주고 싶다는 생각도 그의 요리 열정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회사에는 비밀이었다. 요리한다고 말하면 일은 안 하고 땡땡이친다고 생각할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면 마감 후 별 일 없으면 요리학원으로 도망가는 일상이 시작됐다. 요즘은 인터넷으로도, TV로도 손쉽게 요리를 배울 수 있지만 그는 굳이 요리학원에 등록했다. 그것도 한식조리사과정으로 월, 수, 금 3시간씩 총 100시간을 배우는 코스였다. “요리학원은 정석을 가르치는 곳이니까 모든 음식에 응용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배웠던 51가지 요리 중 실제로 응용할 수 있는 건 십여 가지 밖에 안 됐지만 적어도 조리 방법에 대해서는 눈을 뜨게 됐습니다.”


▲전준호 한국일보 기자

그는 학원에서 요리를 배운 후부터 아침밥을 차리기 시작했다. 복습에는 아침이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쌀을 불려놓고 신문을 보다가, 5시부터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해 6시30분 쯤 식구들에게 아침을 먹이는 날들이 계속됐다. 가족들의 반응은 좋은 듯, 나쁜 듯 애매했다. 처음에는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식탁에 앉았지만 슬슬 사라져, 한 달쯤 후에는 텅 빈 식탁만 전 기자를 반겼다. 해놓은 음식을 홀로 다 먹느라 그의 볼만 통통해져갔다.


그래도 가족들이 맛있게 먹었던 음식들이 꽤 있었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음식은 동인동 찜갈비였다. 대구 10미 중 하나인 이 찜갈비는 학원에서 배운 돼지갈비찜을 응용한 것으로 어버이날 부모님께 선보이기도 했다. 요리하는 걸 삐딱하게 바라보는 아버지도 “묵을 만하네”라며 극찬(?)을 한 요리다. “결국 요리는 사랑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밖에서 속상한 일이 있거나 가족들과 다툼이 있으면 음식하기가 싫더라고요. 즐거운 마음으로 요리하고, 거기에 사랑이 뒷받침돼야 맛있는 요리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는 지난 5월7일부터 한국일보 홈페이지에 자신의 요리 입문기를 연재하고 있다. “요리를 하면서 좀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제 글을 보는 기자들이 한 번쯤 요리에 도전해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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