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말고' 북한 보도, 이제는 끝내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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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한 언론의 북한 고위급 인사의 망명 보도를 보면 북한 핵심 권력층이 줄줄이 한국행을 택하는 것처럼 보인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2000년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북측 차석대표로 참석했던 박승원 인민군 상장(한국의 중장급)이 러시아를 통해 국내로 들어와 우리 정부로 신병이 인계됐다.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도 관여했던 북한군 고위 장성도 북한을 탈출해 제3국에 머물고 있다. 그는 인민무력부 부부장(차관)을 역임하고 군 총정치국 선전선동담당 부국장과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재직 중인 박재경 대장으로 추정됐다. 부부장급(차관급) 인사 이모씨를 비롯한 노동당 39호실 간부 3명도 한국으로 망명했다. 39호실은 김정은의 비자금을 담당하는 핵심기구다.


이와 같이 최근 신문과 방송에서 언급한 북한 망명 인사는 1997년 황장엽 이후 최고위급에 해당한다. 마치 김정은 정권이 붕괴 직전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북한 고위급 인사 망명 보도 중에 사실로 확인된 것은 하나도 없다. 통일부는 관련 보도가 쏟아진 이후에야 뒤늦게 지난 9일 언론브리핑에서 “북한 장성 탈북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장성 이외 북한 고위 인사의 탈북설에 대해서도 “확인된 것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언론의 카더라식 북한 인사 망명 보도가 오보로 판명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말 일부 언론은 장성택 처형 이후 노동당과 군부 등에 포진한 그의 측근 70여명이 탈북해 한국행을 타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에는 그럴 듯하게 들렸지만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인사 망명 보도 중 오보가 많은 이유는 확인되지 않는 소문에 의존하는 보도행태 때문이다. 해당 보도에는 탈북단체나 전직 관료 등이 전해주는 불확실한 정보가 인용되곤 한다.


정보당국이 망명설의 사실 여부를 명확히 정리해주지 않는 것도 오보가 양산되는 이유로 꼽힌다. 탈북자와 그 가족의 안전 문제를 고려해 정보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지만 오보에 대해서는 당국이 관련 보도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실관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북한 관련 뉴스는 공개 정보가 제한된 반면 주목도가 높다는 점에서 언론사들이 오보 가능성을 감수하면서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북한 관련 보도의 당사자는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 보도를 요구하거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지도 않는다.


물론 북한이 최근 남한 언론의 잇따른 고위급 망명 보도 등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최근 남조선 보수언론들이 우리 군대의 부총참모장이 ‘도주해 서울에 와있다’느니, 그 누구에 대한 ‘처형이 있었다’느니 황당무계하기 그지없는 악담을 불어대면서 ‘북 체제 불안정설’을 악랄하게 유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고위급 인사 망명 등 북한 보도는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도발적 행위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것은 몰라도 남한 언론의 오보로 남북관계가 험악해지는 것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무분별한 북한 관련 보도는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도 경계해야 한다. 일순간의 주목을 받기 위해 부정확한 보도를 하면 독자나 시청자는 해당 언론사의 품격을 의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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