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향하지 않는 언론

[언론다시보기] 김서중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언론은 이미 발생한 사건·사고만을 전달해야 할까? 아니면 예상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미리 보도해야 할까? 언론이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사건·사고를 예언하듯이 보도할 수 없는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들은 많다. 그리고 그런 많은 상황들은 보도의 가치도 충분하다. 매년 일어나는 자연재해는 말이 자연재해이지 매번 마지막에는 인재라는 말들로 정리된다. 미리 충분히 대비하지 못해서 피해가 막심해졌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홍수가 오기 전에, 가뭄이 오기 전에, 폭설이 내리기 전에 언론이 보도해야 할만한 기사 거리는 넘쳐난다. 그것도 임박해서 하는 예상 기사가 아니라 점검하고 대비할 만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보도해야만 한다. 


하지만 일부 언론의 ‘가뭄에 콩 나는 듯’한 기획 기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언론들에서 그런 기사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흔히 말하는 뉴스 선택 기준으로서 시의성이란 당연히 현재 시점에서 발생한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 보도할 가치 있다는 뜻으로 넓게 해석돼야 마땅한데 말이다.


매년 반복되는 사건에 대해서만 대비하는 기사를 내보낼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작년 세월호 대참사는 우리 사회에 심각한 자기반성을 촉구하는 큰 계기였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들은 초기에 반짝 우리 사회의 안전 문제에 대해 언급했을 뿐 대부분의 기사는 유병언으로 집중됐고 그리고 안전 관련 기사들은 사라졌다. 그 결과는 참사 이후에도 곳곳에서 발생하는 사고와 그 희생자에 대한 연속되는 안타까움으로 이어졌을 뿐이다. 그리고 언론 보도는 뒷북만을 쳤다. 


언론이 세상 모든 일을 다 점검하고 그 대안을 제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책임이 있는 기구가 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감시 기능은 언론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구실이다. 사안이 발생하고 나서 진실에 근거해 충실히 보도하는 것도 언론의 역할이겠지만 거기서 멈추는 것은 아니다. 사고의 주원인인 규제 완화·폐지의 문제를 점검했어야 했다. 사실 대부분의 사회적 규제는 공공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것들이다. 그럼에도 이런 규제들을 혁파해야 할 대상으로 오도하여 위험을 자초한 정부의 행태에 대해 제대로 비판해야 했던 것도 언론의 소임이었고, 지금 진행되는 규제 완화 논의가 혹 초래할 지도 모르는 파국에 대해 예상하고 보도해야 하는 것도 언론의 사명이다. 언론의 보도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사안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언론이 예상하고 점검해서 보도해야 하는 사안은 사건·사고만은 아니다.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으로 떠들썩하다. 지난 5월16일 합병계획을 발표하고 일부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대다수의 대중들은 합병이 있을 것이라는 그 자체 이외에는 잘 알지 못했다. 언론이 그 사안의 진정한 의미를 본격적으로 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제투기자본 엘리엇의 문제 제기로 사회적 쟁점이 되고 말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삼성물산의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는 것이다. 언론은 이런 사실을 몰랐을까? 언론은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다. 오직 사건만을 쫓아갈 뿐이다. 


그리고 일반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총수 일가의 결정은 이제 악성 투기자본으로부터 지켜야 할 민족자본의 문제로 화려하게 변신하고 말았다. 물론 이해당사자들의 궤변과 이를 비판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언론 보도가 이루어낸 조화다. 하지만 5월16일 합병 계획 발표 이후 이 사안이 초래할 결과를 예측했다면 애초 이런 왜곡된 논의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미래를 보지 않는 언론의 보도 행태는 사후약방문을 되뇌이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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