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열흘도 지나지 않아 법원행정처장은 법원 내부통신망에 “일부 부적절하거나 오해를 살 만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취재진의 질문지를 받고 최소한의 사실관계 파악 정도만 했어도 대법원이 이런 망신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법부 독립의 핵심은 법관 인사의 독립이다. 자신들의 구성원을 선발하는데 국가정보기관이 개입해 지원자를 비밀리에 접촉하고 사상검증에 가까운 질문을 벌이고 있는데도 ‘적법’ 운운하고 있었다는 건 치명적이다. 대법원은 한 마디로 경솔했고 오만했다.
국민은 법원으로부터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있지만 충실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있다. 국정원으로부터 사실상 면접을 받고 임용된 판사를 어떤 국민이 법대 아래 앉아 “나는 법률과 양심에 따른 공정한 재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판사가 제 아무리 “나는 떳떳해”라고 외친들 공허한 자기위로에 불과하다. 법원행정처가 뒤늦게라도 제도개선에 나선다고 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SBS 탐사보도팀 선후배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2달이 넘는 기간 동안 취재에 전념할 수 있었다. 취재가 벽에 막힐 때 마다 많은 법적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여러 법조인들에게도 큰 신세를 졌다. 무엇보다 지난 3월, 나를 믿고 취재 단서를 말해 준 Q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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