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환자 격리요구 '묵살'…무너진 초기 방역망

제297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 / KBS 김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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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김덕훈 기자

“모자람은 지나침만 못하다.”
적어도 방역에 있어선 그렇다. 메르스 발생 초기 질병관리본부가 ‘모자란 방역’으로 일관한 건 그래서 비극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지침을 무시한 채, 국민에게 메르스 환자가 거쳐간 병원 이름을 꽁꽁 숨겼다. “메르스 환자와 ‘2m 이내에서 한 시간 이상 접촉한 경우’만 밀접 접촉자”라는 근거 없는 기준으로 격리 대상자 수를 축소했다.


KBS는 지난 5월20일, 메르스 3번째 환자의 딸이 병원 격리를 요구했다가 보건당국으로부터 거절당한 내용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메르스 최초 환자와 한 병실에 머물러 전염 위험이 높았지만, “체온이 38도가 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하지만 불과 닷새 뒤 3번째 환자의 딸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는 곧장 오류를 인정하고, 의심환자 발열 판단 기준을 37.5도로 완화했다. 이후 미열만 있는 상태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가 속출했다. 심지어 무증상 환자도 발견됐다.


이 밖에도 메르스가 쉬이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건당국의 예상은 판판이 깨졌다. 메르스 확진자와 한 병실에 머물렀던 환자와 의료진만 밀접 접촉자로 구분했더니, 병동 전체의 의료진과 환자들까지 메르스에 전염됐다. 보건당국은 ‘가족 간 감염’ 사례가 거의 없다고 우겼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 간 감염’ 사례도 속속 드러났다. 


이번 메르스 확산 사태의 최종 책임은 국내에 메르스를 들여온 최초 환자에게도, 메르스 14번째 환자를 놓친 삼성서울병원에도 있지 않다. 질병관리본부에는 방역 통제 권한이 거의 없었고, 투명한 정보는 국민보다는 오직 청와대로만 향했다. 촌각을 다투는 방역 대책조차 ‘선조치 후보고’가 안 되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질병관리본부의 방역 권한 강화와, ‘과잉 대응’이라고 할 정도의 선제적 방역 체계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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