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기록, 아동학대

제297회 이달의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 / 한겨레신문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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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최현준 기자

죽은 아이들을 조명해 산 아이들을 계속 살게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가해자를 직·간접적으로 만나 과거 사건을 되뇌이게 하고, 왜 그랬는지 이유를 물었습니다. ‘아이들의 아픔에 비하랴’라는 생각으로 취재의 괴로움을, 주저함을 떨쳐냈습니다. 그렇게 연수 기사가, 재석이 기사가, 민이 기사가 쓰여졌습니다.


사람을 탐구하고 제도를 헤짚었지만 아쉬움이 적지 않습니다. 풀린 대목보다 풀리지 않은 부분이 훨씬 많습니다. 


취재는 번번이 벽에 부닥쳤습니다. 제 자식을 죽인 범인은 친엄마나 아빠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생을 준 자가 생을 끝낸 것입니다. 본인을 포함해 주변 가족들은 얼굴을 감췄습니다. 사건은 대부분 조용히 묻혔습니다.


통념과 달리 계모·계부가 가해자인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사회적으로 훨씬 주목받았습니다. 마치 이들이 아동학대의 전부인 양 떠들썩 했습니다. 


아동학대가 조금이라도 줄기 위해서는 결국 드러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손깍지를 끼고 허리를 숙인 가해자들을 곧추세워 물어야 합니다. “도대체 왜 그랬느냐?”고.


아동 학대에 특히 무신경한 법·제도적 장치도 바뀌어야 합니다. 사건에 대한 실상을 최대한 공개하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존속 살해에 견줘 턱없이 관대한 법적 처벌도 비슷하게 끌어올려야 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한 아이의 죽음은 곧 한 마을의 실패라고 할 것입니다. 아이들이 너무 짧은 생을 살지 않도록 우리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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