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탐구하고 제도를 헤짚었지만 아쉬움이 적지 않습니다. 풀린 대목보다 풀리지 않은 부분이 훨씬 많습니다.
취재는 번번이 벽에 부닥쳤습니다. 제 자식을 죽인 범인은 친엄마나 아빠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생을 준 자가 생을 끝낸 것입니다. 본인을 포함해 주변 가족들은 얼굴을 감췄습니다. 사건은 대부분 조용히 묻혔습니다.
통념과 달리 계모·계부가 가해자인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사회적으로 훨씬 주목받았습니다. 마치 이들이 아동학대의 전부인 양 떠들썩 했습니다.
아동학대가 조금이라도 줄기 위해서는 결국 드러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손깍지를 끼고 허리를 숙인 가해자들을 곧추세워 물어야 합니다. “도대체 왜 그랬느냐?”고.
아동 학대에 특히 무신경한 법·제도적 장치도 바뀌어야 합니다. 사건에 대한 실상을 최대한 공개하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존속 살해에 견줘 턱없이 관대한 법적 처벌도 비슷하게 끌어올려야 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한 아이의 죽음은 곧 한 마을의 실패라고 할 것입니다. 아이들이 너무 짧은 생을 살지 않도록 우리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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