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어뷰징, 주류 언론에 책임"

<포털 뉴스제휴 평가위원회 토론회>
언론사 위원회 참여 최소화 주장
포털, 靑 개입설에 "외압 없었다"
위원회 구성 무산 걱정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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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이거 해야겠습니까?”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포털 뉴스제휴 평가위원회 약인가 독인가’ 토론회는 마치 청문회장을 방불케 했다. 토론회라는 명목으로 모였지만 실상은 언론계와 학계, 시민사회단체가 포털을 상대로 위원회 구성, 청와대 외압의혹, 추진방식 등을 성토하는 자리에 가까웠다.


지난 5월28일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과도한 어뷰징 근절과 사이비언론 규제를 위해 언론계 주도의 ‘공개형 뉴스제휴 평가위원회’를 구성, 신규 뉴스 제휴 심사를 진행하고 기존 제휴 언론사와의 뉴스계약 연장 및 해지에 대한 판단을 맡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때 양대 포털은 주요 매체가 소속된 한국신문협회와 온라인신문협회, 인터넷신문협회 등의 언론 관련 단체들에게 평가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회 참여를 제안했다. 


정호준 새정치연합 의원과 미디어오늘,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어뷰징에서 자유롭지 못한 주류 언론이 참여하는 포털의 뉴스제휴 평가위원회는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이날 발제를 통해 “어뷰징 기사의 중심에는 보수와 진보를 막론한 기득권을 가진 언론사가 있고 이들이 주축이 된 위원회 구성은 중립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송 교수는 “오히려 중소 언론사나 의미 있는 목소리를 내는 건강한 언론사, 소외받는 지역 언론과 소수자를 대변하는 곳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단순 제휴뉴스 선정 위원회가 아니라 포털 전반의 모든 문제를 다루는 위원회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포털 뉴스 제휴 평가위원회 약인가 독인가’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엄호동 파이낸셜뉴스 부국장은 “중소매체는 이미 포털이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한 게 현실이지만 실상 어뷰징을 많이 하는 대형매체에 페널티를 부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평가위원회 구성 권한을 갖는 준비위원회가 이들로 꾸려지면 평가위원회도 과반을 차지하는 쪽의 의도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문제의 당사자들이 가입된 언론단체들이 평가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평가 주체와 대상이 바뀐 것”이라며 언론사의 위원회 참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위원회 구성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포함된 것에 대해 “중립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만큼 문제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근영 인터넷신문협회 분과위원장은 “이번이 포털이나 언론이 상황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것 같다”며 “준비위원회가 구성되기도 전에 참여하는 단체의 자격과 배경을 따지는 것이 한 걸음도 가보기 전에 시도 자체를 무산시킬까 걱정스럽다”는 의견을 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청와대 외압설에 대한 의문도 지속 제기됐다. 앞서 동아일보 황호택 논설주간의 칼럼으로 의혹이 불거진 데다 현재 진행상황이 지지부진한데도 포털이 6월 준비위원회 구성, 12월 평가위원회 설립 등으로 시점을 못 박고 속도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양대 포털 관계자는 청와대 개입설에 대해 “외압은 없었다”며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한재현 네이버 정책실장은 “포털과 언론사, 이용자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 해결책을 내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란 생각에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라며 “뉴스를 포털 단독으로 규제하기 어려운 만큼 전문성 있는 언론사들을 스스로 참여시켜 자율규제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김수 다음카카오 대외협력실장은 “다양한 목소리가 합쳐지게 되면 문제의 첫 단추를 꿸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한편 준비위원회 참여를 제안 받은 일부 단체들은 여전히 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신문협회 발행인들은 지난달 25일 신문협회 창립 기념세미나에서 “참여 여부는 신중히 검토 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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