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대선…현직 대통령의 개입

[글로벌 리포트 | 남미]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아르헨티나에서 올해 대선과 의회선거가 동시에 치러진다. 대선은 10월25일 1차 투표가 시행되고, 여기서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 상위 득표자 2명이 11월22일 결선투표에서 승부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선과 의회선거를 앞두고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행보가 주목을 끈다.
페르난데스는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하며 아르헨티나 사상 첫 선출직 여성대통령이 됐고, 2011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법의 3회 연임 금지 규정에 묶여 페르난데스는 올해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그러나 경제난과 노동계 파업 등으로 위기에 몰렸다는 안팎의 평가를 무시하듯 집권당 대선후보를 자신이 직접 고르며 좌파정권 연장 기반을 마련하는 등 예상 밖의 정치력으로 대선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다니엘 시올리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지사를 집권당인 ‘승리를 위한 전선(FPV)’의 대선후보로 낙점했다. 이로써 8월 초로 예정된 집권당의 대선후보 경선은 의미가 없어졌다.


대선후보가 된 대가로 시올리 주지사는 대통령실 법무 비서관인 카를로스 사니니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사니니는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 집권)과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부부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해온 인물이다.


페르난데스가 대선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것은 청년 정치조직인 ‘라 캄포라(La Campora)’와 좌파 지식인 그룹으로 이루어진 견고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 캄포라’를 이끄는 인물은 페르난데스의 아들 막시모 키르치네르다. 2011년 대선에서 페르난데스의 재선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정부와 국영기업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으며 연방의회에도 진출했다.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라 캄포라’는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추고 있어 대선과 의회선거에서 주요 변수로 꼽힌다.


페르난데스는 올해 선거에서 선출직 후보로 나서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대통령 퇴임과 함께 연방상원의원이나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의회 의원 선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은 빗나갔다.


대신에 페르난데스는 ‘라 캄포라’ 구성원들의 정계 진출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라 캄포라’에서는 대통령의 아들 막시모와 에두아르도 데 페드로 대통령실장, 악셀 키실로프 경제장관 등이 연방하원의원에 출마할 예정이다.


현지 언론은 일찌감치 ‘페르난데스 시나리오’를 전하고 있다. 대선과 의회선거에서 집권당이 승리하면 부통령이 자동적으로 연방상원의장을 겸하고, ‘라 캄포라’ 출신의 에두아르도 데 페드로 대통령실장은 연방하원의장을 맡으며 키실로프는 경제장관으로 복귀한다는 것이다.


이는 페르난데스가 퇴임 후에도 ‘살아 있는 권력’으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야권도 대선과 의회선거를 앞두고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야권의 대선후보로는 보수우파 공화주의제안당(PRO) 소속 마우리시오 마크리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과 혁신전선(FR)의 세르히오 마사 연방하원의원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특히 마크리는 여성 연방상원의원 가브리엘라 미체티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1994년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 미체티 의원은 전국적으로 지명도가 높고 재계와 중산층에서 비교적 인기가 높다. 마크리는 “대선에서 집권당이 승리하면 사니니가 실질적인 대통령 노릇을 할 것”이라며 유권자들에게 ‘변화’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야권의 필승 카드로 여겨진 대선후보 단일화 협상이 무산된 사실을 들어 야권의 열세를 점치고 있다.


아르헨티나 대선과 의회선거 결과는 전체 유권자의 38%를 차지하는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를 포함한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의 민심에 달렸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에서는 보수우파가 강세를 보이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 주로 범위를 넓히면 좌파 성향이 강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집권당과 야권에 가장 중요한 승부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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