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안 가리고 광고로 비판 언론 길들이기

MB정부, FTA 광고 경향·한겨레 제외
신경민 앵커 몰아내려 기업에 광고 압박

  • 페이스북
  • 트위치

정부가 ‘광고 탄압’을 통해 얻으려는 반사이익은 무엇일까.
정부는 그동안 광고를 무기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는 언론사에 광고를 싣지 않거나 자기 입맛에만 맞는 언론사에 광고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광고탄압을 해 왔다. 이를 통해 언론을 통제하거나 길들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부의 공익광고는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된다는 점에서 차별을 둬선 안 된다는 게 언론계 중론이다.
지난 19일 메르스 대처를 홍보하는 정부 공익광고 집행에서 주요 종합일간지 중 국민일보만 제외됐다.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이 지난 16일 국민일보에 대통령이 방문한 서울대병원 곳곳에 붙은 ‘살려야 한다’는 문구가 인터넷에서 패러디되고 있다는 기사를 문제삼은 직후 나온 조치라서 ‘광고 탄압’ 논란이 일고 있다. 


1975년 박정희 정권 당시 중앙정보부를 통한 동아일보 광고탄압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후 정부에서도 이런 유사한 시도는 비일비재했다.


가장 빈번했던 시기는 MB정부. 기획재정부와 FTA대책본부는 2008년 5월20일 한·미 FTA체결에 따른 효과를 홍보하는 공익광고(‘지금 누리세요! FTA 효과)를 동아일보, 문화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에만 실었다. 이어 사흘 뒤 ‘한·미 FTA 위기를 기회로 바꿉니다!’라는 광고는 경향, 한겨레 등을 제외한 중앙 종합일간지 7개사와 경제지 2개사에만 집행했다.


이어 2009년 9월25일엔 질병관리본부가 신종인플루엔자A(H1N1) 예방을 위한 정부광고를 집행했는데 지상파 3사 중 MBC만 제외시켰다.
경향, 한겨레, MBC의 공통점은 미국산 쇠고기 파문과 관련해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냈다는 점이다.


참여정부 당시 건설교통부 역시 2006년 12월 정부의 주택정책을 홍보하는 공익광고에서 동아, 문화, 조선만 제외해 광고 탄압 논란이 일었다. 당시 참여정부는 보수신문과 신문법 등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이런 움직임이 언론에 부담되는 것은 언론사의 광고매출에서 정부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서가 아니라 기업 광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언론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를 통해 비판 언론엔 재갈을 물려 비판의 날을 무디게 하고 자기검열이나 자기통제의 굴레를 덧씌우겠다는 속셈이다.


한 언론사 고위 관계자는 “2008년 당시 기업들이 정부를 핑계 삼아 광고 집행을 꺼렸다”고 지적했다.
실제 MBC의 경우 2009년 1분기 광고 판매율이 전년 동기 대비 41%가량 하락하면서 이런 논란이 일었다. 신경민 전 MBC 앵커(국회의원)는 지난 2012년 2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나를 몰아내기 위해 2008년도 말과 2009년도 초에 (정부가) 광고압박을 했다”며 “내가 진행했던 ‘뉴스데스크’에 그 당시의 경제상황으로 봐서 11개 내지 12개 정도의 광고가 들어왔어야 했는데, 사실상 한두 개 밖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언론사 관계자도 “정부가 광고를 집행하지 않을 경우 금액이 많고 적고를 떠나 광고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정부와 불편한 관계에 있다는 이미지가 형성되면 기업들의 광고 집행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창남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