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 한국경제 기자에게 자동차는 우연처럼 찾아온 분야다. 산업부에 배치돼 출입처를 고르라는 선배의 지시에 자동차를 선택한 그는 사실 애초에 자동차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그나마 자동차를 고른 이유는 조선, 화학, 철강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였다. 그렇게 선택한 자동차에 이후 4년간 푹 빠져들게 될 줄 그조차 예상했을까. 그는 2만개의 부품이 최상의 밸런스로 조립돼 노면의 충격과 열기를 고스란히 견디며 10~20년을 버틸 수 있다는 사실에 경이로움을 느꼈고, 그럴수록 더욱 자동차의 본질을 파고들었다.
자동차 담당 기자가 흔히 쓰는 신차 시승기도 그는 쉽게 쓰지 않았다. 시승기는 배기량, 승차감, 연비, 가격 등 몇 가지 정도만 나열해도 쓸 수 있지만 최 기자는 “그런 시승기는 차의 15%만 파악하는 것”이라며 “나머지 85%를 알려면 왜 지금 이 시점에 이 차가 한국에 나왔는지 자동차 산업과 규제의 역사, 해당 회사의 특성을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기업의 역사를 파악하고 있으면 제대로 된 시승기를 쓸 수 있고 차에 대한 감성까지 파고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최 기자는 자동차 기업의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서점에는 포드나 현대자동차와 관련된 책 몇 권만 있을 뿐 다른 기업에 대한 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기사를 쓸 때마다 구글링하는 것에 지친 그는 대학 동기인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와 손을 잡고 기사 연재를 시작했다.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의 설립 배경과 성장 과정을 정리한 기사였다. 그 기사들이 모여 ‘자동차 제국’이라는 책이 됐고 그는 비슷한 시기에 변호사 친구와도 자동차 법률 규정에 관한 책을 펴내기로 했다. 역시나 연재물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은 최근 ‘자동차 법률 상식’이라는 제목으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이게 다가 아니다. 그는 요즘 자동차 관련 책을 한 권 더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맨주먹으로 시작해 지난 50년간 자동차 산업을 일군 작은 거인들, 자동차 부품사 창업주와 경영주 1세대들의 이야기다. 하반기에 나올 이 책까지 마무리하면 그는 더욱 내공을 쌓아 경제학적 관점에서 자동차와 자동차 산업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을 쓸 계획이다.
그래서인지 최 기자는 앞으로 자동차뿐만 아니라 경제 공부도 꾸준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를 잘 아는 경제학자, 자동차를 잘 아는 경제신문 기자가 되는 것이 그의 꿈이다.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숫자를 해석하고 분석하고 싶어요. 자동차 부문에 있어서도 역사, 문화뿐만 아니라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고요. 또 궁극적으로는 나이 들어서 여유롭게 자동차 관련 글을 쓰며, 저녁에는 자동차 좋아하는 사람들과 맥주 한 잔 기울이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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