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 '모바일 퍼스트' 변신 중

[한국기자협회 대표단 중국 방문기] 안동환 서울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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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언론들도 이제는 모바일 퍼스트(Mobile-First)입니다”
중국 기관지 가운데 신뢰도 ‘톱 3’로 평가받는 중국청년보(靑年報) 편집주간 윈샹 부총국장의 발언이다. 윈샹 부총국장은 지난달 22일 박종률 한국기자협회장 등 우리 대표단과의 간담회에서 “청년보의 매체 전략과 구조조정 작업이 기존 종이신문에서 인터넷신문으로 전환했다가 이제는 모바일 분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1951년 창간한 청년보는 중국 공산주의청년단 기관지로, 시진핑 주석 등 정치 지도자들이 대학생 시절부터 즐겨 읽었던 영향력 있는 신문으로 꼽힌다. 


중국 공산당의 지원을 받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고 있는 청년보이지만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확산에 따른 미디어 환경 변화의 파고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1980년대 300만부에 달했던 부수는 현재 100만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윈썅 부총국장은 앞으로 종이신문 부수가 단계적으로 줄면서 뉴스 시장의 ‘모바일 온리(Mobile Only)’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중국 주류 언론의 변화는 한국 미디어의 현실과 닥쳐올 미래에 대한 전망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박종률 회장을 단장으로 한 한국기자협회 대표단이 5월21일 중화전국신문공작자협회를 방문해 티안콩밍 회장(사진 왼쪽에서 6번째)과 환담 후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오른쪽 2번째가 필자인 안동환 서울신문 기자.

종이신문은 크게 쪼그라들었지만 청년보는 현재 ‘종이+인터넷+모바일’ 콘텐츠를 동시에 제공하는 통합뉴스룸을 구축하면서 바이두와 웨이신(위챗) 등 포털·SNS 등 모바일에서의 노출도와 영향력은 신문 중에서 인민일보(人民日報)에 이어 2위권에 올랐다.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스마트 커넥티디 디바이스(스마트폰+태블릿+PC)는 5억1000만대로, 이 중 스마폰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9% 성장한 4억2000만대에 이른다. 


하루 1200여건에 달하는 청년보의 주요 뉴스 노출 순위도 모바일·인터넷이 우선이다. 통합뉴스룸 조직을 슬림화해 정치·경제·사회·문화·스포츠·연예 등 각 부문별 에디터 1명이 종이와 인터넷, 모바일을 통합 관리하면서 효율성을 높였다. 온라인 광고 수익도 확대되고 있다는 게 윈썅 부총국장의 설명이다. 미디어 생태계 변화에 적극 대응하면서 당 기관지의 태생적 한계를 돌파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21~28일까지 진행된 한국기자협회 대표단의 방중 간담회에서는 한·중·일 관계도 화두가 됐다.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에 대해서는 중국 언론들의 비판적인 인식을 볼 수 있었다. 


중국 신화통신사 사장을 역임했던 티안콩밍 중화전국신문공작자협회 회장은 “아베 총리가 지속적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동북아 내 대립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아베 정부가 장기 집권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27일 계림일보 1면에 실린 한국기자협회 대표단 방중 기사.

특히 티안 회장은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관련해 “일본이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고 있고, 그 뒤에는 미국이 있다”고 발언해 중국 중앙 지도부의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반면 한·중 관계에 대해서는 “양국 관계가 더할 나위 없이 돈독하다”고 평가하면서 “중국은 한반도 통일을 지지하고 있으며 양국이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해 상호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한국은 현재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건 미국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 내 우려를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대표단이 방문한 중국 법제일보와 광시성 광시방송국과 국립 광시대학, 계림일보 등의 간담회에서는 “한·중 양국은 역사적으로 ‘라오펑요우(老朋友·오랜 친구)로 두 나라 언론과 기자들의 상호 관심과 이해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공통적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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