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 '딴 짓' 카메라가 지켜본다

메모·문자메시지 관심 대상
공공장소 부적절 행동 보도
사생활 침해 우려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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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의 ‘밀담’과 ‘딴 짓’이 카메라에 포착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누드사진을 감상하는가 하면 불륜이 의심되는 문자를 주고받아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때로는 정치적 현안에 대한 의원들의 ‘속내’가 여과 없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최근 몇 년 동안의 사례만 모아 봐도 의원들의 ‘부적절한 행동’ 유형은 다양하다. 지난해에는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국감장에서 비키니를 입은 여성의 사진을 감상하는 일도 있었다. 유성호 오마이뉴스 기자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의원들이 딴 짓을 하지는 않는지 감시하는 것이 기자의 의무”라며 “그렇다고 무작정 찍는 것은 아니다. 의원들의 프라이버시는 보호하되, 공적 장소에서 적절치 않은 행동을 할 때 취재·보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3월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도의회가 무상급식 안건을 다루는 동안 영화 예고편을 감상하는 등 30분 넘게 인터넷 서핑을 즐기다 시사인 카메라에 포착됐다. 당시 무상급식 폐지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홍 지사는 “잘한 건 아니지만 잘못한 것도 아니다. 야동 본 것도 아니고”라며 도리어 뻔뻔한 태도를 보여 논란에 부채질을 했다.


▲국회의원들의 ‘밀담’과 ‘딴 짓’은 사진기자들의 순간 포착을 비껴가지 못했다. (왼쪽부터) 시사IN 3월17일, 뉴스웨이 1월12일, 머니투데이 2014년 10월8일 보도.

국회의원들의 메모나 서류, 문자메시지도 늘 사진기자들의 관심 대상이다. 공식적으로 포장된 모습 뒤에 숨겨진 정치적 흐름을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기자들은 본회의장 등에서 의원들 사이에 오고가는 이야기나 행동을 항상 살핀다. 특히 당 대표나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는 본회의장 맨 뒷줄에 자리하기 때문에 카메라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있다. 특정 의원이 스마트폰을 계속 들여다보거나 메모를 작성하고 이를 숨기는 행동을 보이면 예의주시하게 된다는 게 기자들의 전언이다.


정윤회 문건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1월에는 ‘문건파동 배후는 K,Y. 내가 꼭 밝힌다. 두고 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적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수첩이 뉴스웨이 카메라에 잡혔다. 또한 지난해 국감에서 정미경·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이 “쟤는 뭐든지 빼딱”하다며 야당 의원을 비하하는 쪽지를 돌리는 모습이 오마이TV에 찍히기도 했다. ‘김기춘의 메모 “대통령께서 사용하는 운동기구는…”’, ‘문자로 지목된 대화록 발언 유출자, 김재원 “형님 저 아닙니다”’ 등 한겨레 보도도 이와 같은 맥락의 사례다. 


김동민 뉴스웨이 기자는 “김무성 대표가 메모를 옮기기 위해 수첩을 펼치는 과정에서 약 2초간 해당 페이지를 오픈시켰는데, 운 좋게 촬영하게 된 것”이라며 “국가를 위해 일하는 공인이기 때문에 문서 하나, 휴대폰 메시지 하나가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언론사 카메라에 수차례 ‘치부’를 드러낸 국회의원들은 카메라기자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언론의 관심을 ‘기회’로 이용하려는 의원도 적잖다. 배우자에게 받은 ‘훈훈한’ 내용의 문자를 고의적으로 책상 위에 올려두거나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회의 자료를 노출시키는 식이다. 기자와 데스크의 적절한 판단과 추가 취재가 필수적인 것은 이 때문이다.


또한 사생활 침해와 이에 따른 자극적 보도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정우 한겨레 선임기자는 “과거에는 일반 의원까지 찍는 것에 별 거부감이 없었지만 최근엔 워낙 프라이버시에 대한 논란이 있어 일반 의원들은 피하고 있다”며 “주로 당 지도부가 주고받는 메시지를 찍어서 본 후 사적 내용일 경우는 보도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경우 데스크와 판단해 보도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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