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대상이 된 권력은 “명예훼손 당하고 패가망신 당할 것”이라며 윽박지르고, 검찰은 “알아서 수사할 테니 지금 쓰면 오보다”라고 압박한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1월 초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취임식준비위원장을 맡았던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의 비리 의혹에 대한 제보를 받고 신빙성 검증작업을 해왔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MB 재임시절의 각종 비리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었지만 세월호 참사나 정윤회 문건 파동에 그냥 묻힌 채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박 전 수석과 전·현 정부 관계자들은 부인으로 일관하고, 검찰은 ‘검찰이 필요한 때’만을 강조했다. 그러는 동안 박 전 수석이 총장을 지낸 중앙대 출신 전·현 정부 실세들의 수사 외압 얘기도 흘러나왔다. 동아일보는 ‘국민의 때’가 언제인지 생각했고, 국민의 때를 맞추기 위해선 수사기관보다 더 엄밀한 취재를 해야 했다.
취재 두 달여 만인 3월25일 ‘MB청와대 수석 비리의혹 수사’ 보도 이후 수사는 본격화됐고 박 전 수석과 중앙대 재단이사장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까지 형사처벌을 앞두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첫 번째 MB정부 장차관급 인사의 비리 의혹 사건이었다.
권력의 감춰진 뒷모습을 취재해 기사를 쓰는 것은 국민의 눈으로, 국민의 때에, 국민이 원하는 내용을 알려주는 지난하고 어려운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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