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자의 책무와 본분 되새기겠다"

국제신문 박창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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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박창희 대기자

기자에게 ‘대기자’라는 단어는 낯설고 두렵다. 30년 가까이 기자생활을 한 고참 기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국제신문 역사상 처음 대기자 직함을 달게 된 박창희 기자는 “큰 대(大) 자가 주는 중압감 때문에 어깨가 묵직하다”며 “선후배는 물론 독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말 발령을 받고 ‘대기자라는 직분’의 칼럼을 가장 먼저 쓴 것도 스스로를 다지는 각오였다. “대기자라는 직분을 새삼스럽게 들춰본 것은 기자, 글 쓰는 자의 책무와 본분을 새롭게 되새겨 경계하려 함”이라는 그는 “대기자는 글 쓰는 자의 책무가 ‘크다’는 말에 다름없다”고 밝혔다.


노장기자들이 전문성과 연륜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든 대기자 제도는 중앙일보, 한겨레 등 몇몇 종합일간지가 이미 시행하고 있다. 변화에 대한 요구로 국제신문에도 처음 도입돼 “길을 만들어가야 할 처지”이지만 “시야를 넓히고 통찰의 깊이를 키워, 연륜에 걸맞게 묵직하고 의미 있는 기사를 써 나갈 생각”이다.


지역의 숨은 역사나 가치, 의미 있는 현장이나 가만한 인물 등을 찾아 호흡이 긴 글을 쓰고 싶다는 그.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박창희 대기자의 말하는 두레박’이다. “의미와 가치, 진실을 길어 올리는 도구”인 ‘두레박’으로 독자들에게 말을 걸겠다는 구상이다. 고종 10년, 왜관에 꺾일 수 없는 자존심을 표현한 ‘동래부 전령서’가 첫 이야기였다. “국가적·지역적 이슈나 논쟁 사안의 정곡을 찌르겠다”는 취지의 ‘박창희 대기자의 직설’도 연재하고 있다.


그는 연차가 쌓인 기자들이 ‘앉은뱅이’가 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경력과 연륜을 갖춘 기자들이 사장되고 있는 것이 한국 언론의 큰 문제”라는 그는 “외국에 나가보면 백발이 성성한 채 현장을 돌아다니며 취재하는 노기자들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경험과 경륜 있는 기자들이 현장에 뛰어들어 기사를 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한국 언론 전체의 무게와 신뢰감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28년차 기자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그. 문화와 환경, 생태, 분권에 천착해 10여권의 저서를 펴낸 그는 1990년대 중반부터 낙동강 취재와 연구에 뛰어들었고, 최근 몇 년간은 지역문화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에 빠져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를 발족했다. “지역 스토리를 발굴해 해리포터처럼 ‘스토리노믹스(storinomics·이야기경제)’ 성공사례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또 지역 내 공고한 기득권, 망국적 패거리주의 등에 대한 탐사 기사도 쓰고 싶죠.”


대기자의 사표가 될 만한 국제신문 선배들의 족적은 머릿속을 맴돈다. 한국소설의 큰 산맥을 세운 이병주 선생과 영혼을 울리는 시편의 이형기 선생은 편집국장을 지냈고, 한국 동시의 최고봉인 최계락 선생은 문화부장을 지냈다. 


“사실 대기자는 제게 과분지망(過分之望)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후배들이 따라올 수 있게끔 길 하나를 만들어 볼 생각이에요. 이미 훌륭한 역할을 수행하며 새 길을 열고 있는 대기자들이 있죠. 선례를 따르며 지역신문에서 주어진 새로운 길을 열어갈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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