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나태한 모습 반성…정확한 뉴스로 공적 책무 다할 것"

[기협 인터뷰] 취임 한달 연합뉴스 박노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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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국민의례 되찾는 중
파업 후유증으로 조직 혁신 못해
연합뉴스 위상 폄훼 시도 있어


편집총국장제 인사권 침해 발생
단체협약 이행 가처분 신청 유감
노조와 대화로 문제 풀어나갈 것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을 인터뷰한 데는 그의 돌출적인 행보가 있었다. 3월25일 취임 뒤 첫 대외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국기 게양식 행사를 열었다. 남다른 ‘애국 행보’는 여러 해석을 낳았지만 속내는 알 길이 없었다.
인터뷰 시간이 많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던 까닭에 본론부터 들어갔다. “취임사에서 밝힌 경영 목표의 첫 번째가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회사로 만들겠다인데, 연합뉴스가 헌신할 대상은 국가가 아니라 국민 아닌가?”
답변은 이랬다. “옛날에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라고 했다. 지금은 다민족국가라서 민족의 개념은 맞지 않다. 그래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표현을 쓴 것이다. 국기 게양식과 동시에 이뤄지다 보니 오해를 산 것이다. 제가 그렇게 뛰어난 애국자가 아니다.”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은 지난 27일 기자협회보 인터뷰에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어느 누구도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기 게양식이 구성원의 마음가짐을 다잡기 위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공적 책무를 위해 정부가 정당한 예산을 지원했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많이 받았다’ ‘그 돈으로 뭐했냐’ 등의 이야기가 있다. 우리 스스로 남들에게 나태하게 비춰지지 않았는지 반성하자는 뜻이었다.”

-밖에서 보는 시각은 달랐다.
“새 사옥으로 입주하면서 설계 과정에서 빠진 게양대 2개를 세웠다. 그런데 국경일 외에는 국기와 회사기를 게양하지 않았다. 제가 취임하면서 야간 조명을 설치하고 24시간 365일 상시 게양하기로 한 것이다. 국기 게양식을 했을 뿐인데 보수적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런 뜻에 반하게 외부에선 비판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저는 잃어버린 국민의례를 되찾는 중이다. 취임식 때 애국가를 불렀다. 옛날에 입사할 때도 애국가를 불렀다. 어느 순간부터 안 부르더라. 우리가 국민이고 나라가 소중한데 자꾸 생략하고 애국가 부르는 걸 왜 어색해하나. 더 늙으면 애국가 부를 기회도 없다.”

-연합뉴스가 왜 위기인가?
“2012년 103일간의 총파업 후유증으로 지난 3년간 조직이 혁신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동아·조선·중앙일보 등 일간지들이 전재계약을 해지했다. 개인 소유의 뉴스통신사들이 연합뉴스의 위상을 축소하거나 폄훼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타개하자고 강조한 것이다.” (박 사장은 3월25일 취임사에서 “연합뉴스가 시급히 헤쳐나가지 않으면 안 될 갖가지 위기에 심각하게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것 아닌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어느 누구도 미래를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연합뉴스 매출에서 전재료 비중이 크게 줄었고 생존을 위해 새 수익원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 구독료도 수년간 동결되거나 오히려 줄었지만 공적 역할에 대한 주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웹과 모바일이 일상화되면서 신문·방송 위주였던 미디어 시장에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다양한 언론매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정치·상업적 목적을 앞세운 유사 언론사들이 생산한 유언비어가 정확한 뉴스를 밀어내고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 연합뉴스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공정하고 정확한 뉴스를 생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2003년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법적 지위를 획득한 이후 지난해까지 12년간 정부 구독료 형태로 3571억원을 지원 받았다. 4월부터 문체부와 2016~2017년 2년치 구독료 협상을 벌이고 있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어떤 공적기능을 수행하고 있는가?
“국가 차원에서는 꼭 필요하지만 수익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개별 언론사가 직접 생산하기 어려운 형태의 기사가 있다. 국내 최대 해외 취재망을 가동해 우리 시각으로 국내에 배포하는 국제뉴스, 6개 외국어로 작성해 해외로 내보내는 다국어 뉴스 서비스, 전국적 취재망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개별 언론사들이 커버하기 어려운 지역 뉴스, 1998년 내외통신 통합 이후 더욱 특화된 북한 뉴스, 재외동포와 다문화 가족 뉴스 등이 그러한 사례에 해당한다. 기업 차원의 수익성만 본다면 어떤 민간 언론사도 대규모 취재인력을 투입하기 어려운 분야다. 200명에 육박하는 해외(60명)와 지방(130여명) 취재망, 50여명의 외국어 전문인력이 6개 언어로 제공하는 국내 뉴스의 외국어 서비스, 북한뉴스 전담부서와 재외동포·다문화 뉴스 전담 부서 등은 공익 기능 수행의 목적을 띠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시대다. 콘텐츠 혁신을 어떻게 이룰 계획인가?
“카드뉴스, 스토리텔링형 화보 등 젊은 층의 뉴스 소비 성향에 맞는 모바일 전용 콘텐츠를 올해 2월 완성해 현재 가동 중이다. 이 시스템은 텍스트 기사·영상·이미지·링크·SNS 게시물 등을 자유롭게 섞어 다양한 콘텐츠를 전파할 수 있도록 소셜 태그와 독자 통계 기능을 탑재했다. 현재 시험판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이를 토대로 앞으로 더 큰 모바일 혁신 방안을 준비할 계획이다.”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은 “노조와 대화를 통해 편집총국장 제도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영통신사인 뉴시스와 뉴스1은 국내 뉴스통신시장의 균형발전을 명문으로 연합뉴스에 대한 항구적 지원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항구적 지원 시스템’이라는 용어 자체에 동의할 수 없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의 법적 지위나 역할, 소유구조 등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억지다. 뉴시스나 뉴스1처럼 사적 소유구조를 가진 언론사가 투자 대비 효율이 낮거나 수익이 나지 않는 공적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 아니냐.”

-언론사에 기사, 사진 등을 판매하는 ‘뉴스도매상’인 연합이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는 것은 뉴스통신사의 공적 책임과 의무를 위반한 것 아닌가?
“연합뉴스 입장에서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은 신문, 방송과 같은 뉴스 플랫폼의 하나일 뿐이다. 외국의 사정도 비슷하다. AP, 로이터, AFP를 포함해 주요 20개국(G20)의 대표 뉴스통신사들도 대부분 구글, 야후 같은 대형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로이터와 일본 지지통신 등은 네이버에도 직접 뉴스를 공급한다. 4000여곳에 달하는 인터넷 매체들이 기사를 쏟아내는 포털에서 연합뉴스 하나 빠진다고 해서 과연 온라인 뉴스 시장이 일각에서 주장하는 방식으로 정상화되겠는가.”

-전재 계약이 중단된 조중동에 사진과 외신기사를 공급할 가능성은 있나?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이나 외신 등 연합뉴스의 좋은 콘텐츠를 필요로 할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관계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총국장 제도를 사실상 폐지했다.
“사장에 내정되면서 인사권이 훼손되는 편집총국장 제도는 개선하자고 이야기했다. 노조가 반대하는 내가 사장이 됐는데 누구를 편집총국장에 내세운들 반대할 것 아닌가. 단체협약은 인사권이 회사에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별도의 조항으로 규정된 편집총국장제를 실행한 결과 회사의 인사권을 침해한 사례가 수차례 발생했다. 그래서 양해를 구하고 인사를 먼저 하고 나중에 협의를 하자고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박 사장은 취임 하루만인 3월26일 콘텐츠융합담당 상무이사를 신설하는 등 임원진을 교체했다. 27일 편집총국장을 공석으로 두고 기자직 사원들의 임면동의 투표도 거치지 않은 채 편집국장 직무대행을 임명했다. 또 단체협약에 편집총국장으로 명시된 편집인을 콘텐츠융합담당 상무로 바꿨다. 노조는 단협위반이라며 반발했다.)

-노조는 회사를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및 단체협약 이행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회사는 노조와 협의를 통해 편집총국장제 개선을 위한 단체협약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노조의 의견을 반영하되 인사권은 사측이 행사하고 편집총국장 후보자에 대해서 명예훼손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고쳐나가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도 노조가 단체협약 이행 가처분 신청을 한 건 유감이다. 노조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

-편집총국장제를 먼저 폐지해놓고 노조와 대화하겠다?
“콘텐츠융합담당 상무가 연합뉴스 공채 7기이고, 편집총국장을 지낸 분이 공채 5기다. 지휘계통상 밑에 있는 사람이 선배이면 조직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경영상의 급박함에 대해 법원에 충분하게 설명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회사가 편집국장 직무대행을 둔 것은 노조와 협의하겠다는 뜻을 남긴 것이다.”

-편집총국장제는 ‘공정보도를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 아닌가?
“그건 노조 주장이다. 편집권 독립이 아니라 데스크로부터의 독립이다. 노조 주장은 데스크가 전혀 기사를 못 고치게 하는 독립을 의미한다. 편집권 독립이 안 된 언론사가 어디 있나. 어떤 권력자가 출고한 기사를 못 나가게 하나. 기자들의 기사에 데스크가 ‘이런 부분이 빠지지 않았냐. 이건 넣어라’는 지시는 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편집총국장을 중간평가해 낙마시키고 그러면 데스크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편집총국장제 때문에 데스크 기능이 떨어졌다는 얘긴가?
“그렇다. 데스크들은 ‘왜 내 기사를 고칩니까’라는 후배들의 이야기를 듣기 싫어한다. 선배들이 보는 각도가 있다. 왜 선배 노릇은 안 하고 후배들 기사를 토씨만 바꿔서 내놓느냐. 데스크는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회사에서 강경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아닌가?
“옛날 같으면 노조 게시판에 댓글이 엄청 붙었을텐데…. 요즘은 별로 없다. 구성원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고, 제가 불합리하거나 엉뚱한 짓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엉뚱한 짓을 하면 기자가 대다수인 조직에서 금방 눈치 채지 않겠나? 아직은 저를 지켜봐주는 여론이 아닌가 생각한다.”

-업무 과중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많다.
“취임사에서 사우들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런 이야기가 들리니 후배들이 안쓰럽기만 하다. 다만 그동안 회사 안팎에서 연합뉴스 구성원들의 근무태도가 많이 느슨해졌다는 평가가 있었고, 이는 저를 포함한 경영진은 물론 편집국 간부들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박 사장은 취임 이후 편집국장 주재 아침회의를 부활했고, 시간을 오전 7시30분으로 앞당겼다. 이로 인해 연쇄적으로 기자들의 출근 시간도 대폭 빨라졌다.)

-안쓰럽다면서 일만 시키는 것은 아닌가?
“후배들이 일에 미쳤으면 좋겠다. 뉴미디어 시대에는 가장 먼저 출입처나 현장에 나와서 가장 늦게 들어가는 게 뉴스통신기자의 숙명일 것이다. 뉴시스나 뉴스1이라는 경쟁 통신사가 생겼다. 그런 경쟁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더 좋은 기사를 쓰려고 노력하면 국민들이 알아줄 것이다.”

-연합뉴스TV가 2011년 개국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보면서 자본금도 거의 잠식됐다. 증자 계획은 있나?
“자본잠식 부분은 우려하고 있는 대목이다. 연합뉴스TV의 자본금은 605억원이며 창사이후 지난해까지 누적결손금은 403억여원 수준이다. 아직까지는 증자 등 긴급 자금을 필요로 할 만큼의 자금 압박은 없다. 상황에 맞게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

-연합뉴스TV의 업무강도가 세서 연합뉴스에서 파견오는 것을 꺼릴 정도라고 한다.
“연합뉴스TV 구성원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잘 안다. 재정이 허락하는 한 충분히 지원할 생각이다.”

-3년 후 어떤 사장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내일이 더 좋아지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 연합뉴스를 위해 선배들이 디딤돌을 하나 놓았듯, 나도 디딤돌을 놓고 떠나고 싶다. 늘 깨어있는 조직으로 만들어 나가고 싶다. 구성원들이 서로 아끼고 배려하고 존중했으면 한다. 연합뉴스의 영속성과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면 좋겠다. 그게 꿈이다.”

박노황 사장은 인터뷰가 끝난 뒤 전화를 걸어왔다. 직원 행복과 관련해 빠뜨린 말이 있다며 꼭 좀 넣어달라고 했다.
“기자생활을 30년 넘게 하면서 안타깝게도 연휴에 휴가를 한 번도 못 갔다. 눈치 보느라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면 연휴에 교대로 휴가를 갈 수 있다. 부장들이 재량껏 연초부터 연휴신청자를 받아 휴가갈 수 있도록 배려하면 된다. 휴가 다녀온 사람이 양보를 하고, 그 다음 사람이 찾아먹고 그러면 될 것 아닌가. 회사 차원에서 행복한 연휴를 보낼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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