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녹음파일 무단 방송 손석희 "비판 수용"

경향 "명백한 언론윤리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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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인터뷰 녹음파일 무단 방송 논란을 빚은 JTBC ‘뉴스룸’의 손석희 앵커가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파문을 ‘절도사건’으로 규정한 경향신문은 “사과 한마디 없다”며 여전히 강경한 어조로 비판하고 있다.


▲손석희 앵커가 16일 JTBC '뉴스룸' 클로징멘트를 통해 성완종 전 인터뷰 녹음파일 방송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손석희 앵커는 16일 ‘뉴스룸’ 방송 말미에 클로징 멘트를 통해 “뉴스를 마치기 전에 보도책임자로서 어제(15일) 성완종 씨 녹음파일 방송이 논란의 대상이 된 것에 대해 입장을 밝혀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손 앵커는 “당초 검찰로 이 녹음파일이 넘어간 이후, 이 녹음파일을 가능하면 편집 없이 진술의 흐름에 따라 공개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보았다”며 “또한 이 파일이 검찰의 손으로 넘어간 이상 공적 대상물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글자로 전문이 공개된다 해도 육성이 전하는 분위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봤고, 육성이 갖고 있는 현장성에 의해 시청자가 사실을 넘어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손 앵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굳이 경쟁하듯 보도했느냐 라는 점에 있어서는 그것이 때로는 언론의 속성이라는 것만으로 양해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면서 “그 부분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감당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저희들은 고심 끝에, 궁극적으로는 이 보도가 고인과 그 가족들의 입장, 그리고 시청자들의 진실 찾기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그 과정에서 입수경위라든가 저희들이 되돌아봐야 할 부분은 냉정하게 되돌아보겠다”면서 “저나 저희 기자들이나 완벽할 순 없습니다마는 저희들 나름대로의 진정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이미 당사자가 자백한 녹음파일 절취 및 입수·보도 경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고 사과도 없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향은 16일 온라인과 17일자 신문 10면에 실린 ‘성완종 녹음파일 ‘절도 사건’의 전말’이란 기사를 통해 JTBC가 인터뷰 녹음파일을 입수해 방송하기까지의 경위를 설명했다. 이 기사는 성 전 회장을 단독 인터뷰한 이기수 정책사회부장이 직접 썼다.


▲경향신문 4월17일자 10면 머리기사

경향이 밝힌 경위는 이렇다. 지난 15일 경향이 녹음파일을 검찰에 제출하기 전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인 김인성 씨가 증거 보전 작업에 자진 참여했다. 김 씨는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의 한 연구소에서 진행된 작업에 참여한 뒤 대검까지 동행했다. 당시 보안 작업 과정에서 참석자들은 고유의 ‘파일 번호(해시값)’와 경향신문 기자만 파일을 열 수 있는 비밀번호를 정했고, 나머지 작업 중 파일을 모두 지우는 것으로 2차 보안 서명을 했다.


그런데 이날 오후 5시30분쯤, 과거 세월호 취재로 인연인 있던 JTBC 박 모 기자가 김 씨에게 전화를 걸어 “녹취파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김 씨는 “확인해 보니 작업 중에 지우지 않고 내 컴퓨터 바탕화면에 옮겨놓은 성 전 회장 음성파일이 있었다”며 “오후 6시쯤 박 기자가 보낸 JTBC 기자에게 음성파일을 줬다”고 털어놨다.


경향에 따르면 김 씨는 ‘뉴스룸’이 성 전 회장 인터뷰 육성을 방송한 직후인 15일 밤 10시쯤 사과하겠다며 경향신문을 찾았다. 김 씨는 “(JTBC에는) 내일 경향신문에 전재된 후 활용하라고 했다”며 “유족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이렇게 원칙 없이 사용할 줄 몰랐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또 “온라인에는 방송 파일을 올리지 않겠다고 나에게 약속했다”고 했으나 녹취파일은 JTBC 온라인에 올라갔다.


경향은 “자신의 블로그에 ‘디지털포렌식은 신의와 성실, 보안을 생명으로 한다’고 밝힌 김 씨의 직업윤리는 무너졌다”고 비판하며 “더불어 기본적인 유족 동의조차 거치지 않은 JTBC의 상업적 행태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보안 서명까지 한 참석자에게 입수한 음성 파일을 경향신문과 상관없이 다른 곳에서 입수했다는 손 앵커의 말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며 “통상 권력·광고주의 압력에 맞서 자주 통용되는 ‘알권리’라는 말로 유족들의 호소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경향은 ”‘JTBC 보도국장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밤새 울먹이며 전화 온 유족들과 회사 관계자에게 음성파일이 공개된 데 대해 사과했다“고 전했다.


경향은 17일 사설에서도 “JTBC의 ‘성완종 녹음파일’ 공개는 무분별한 속보 경쟁이거나 특종을 가로채기 위한 무리수일 뿐”이라며 “명백한 언론윤리 위반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경향은 “과연 (JTBC의) 이번 보도가 ‘시민의 알 권리’와 관련된 사안일까. 알 권리란 국민 개개인이 정치적·사회적 현실에 대한 정보를 자유롭게 알 수 있는 권리, 혹은 이러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면서 “그러나 JTBC 보도는 이러한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경향은 “성 전 회장과 단독 인터뷰한 뒤 주요 내용을 모두 보도했고, 금품 제공 관련 부분은 녹음파일도 공개했다. 녹취록 전문 공개도 이미 예고한 상태였다. JTBC가 경향신문보다 하루 먼저 내보낸다고 공익이 증대될 리 만무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JTBC는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학생들의 휴대전화 영상을 공개하며 유족의 심정을 배려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유족의 방영 중단 요구를 묵살했다”면서 “대중의 신뢰를 받아온 손 앵커의 ‘이중잣대’가 민망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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