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를 지우라고 말하지 말라"

4.16 약속의 밤 현장

  • 페이스북
  • 트위치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아픔을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서울도서관에 걸린 플래카드가 바람에 펄럭이자 써져있는 문구도, 노란 리본도 흔들렸다. 벚꽃이 피고 진 4월의 중순, 따뜻하기만 할 줄 알았던 봄은 추웠다.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이날은 비가 쏟아지는가 하면 하루 종일 거센 바람이 불었다.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서울 중구 시청 서울광장에서 열린 ‘4.16약속의 밤’ 행사에서 시민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뉴시스)

궂은 날씨에도 오후 7시 서울 중구 시청 서울광장에서 열린 ‘4·16 약속의 밤’ 행사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참석했다. 시민들은 노란 리본을 가방에, 가슴에, 팔뚝에 달고 국화꽃을 가슴에 품은 채 광장을 가득 메웠다. 추모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7시30분 즈음에는 광장 주변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4·16 약속의 밤’ 행사는 1분여의 추모 묵념으로 시작했다. 모든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했다. 유가족들은 울음을 삼켰고, 시민들도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찬호아빠가 나와 시민들에게 외치고, 세월호 생존자들의 증언 영상이 나왔다. 추운 바람이 연신 불었지만 시민들은 옷깃을 여미며 자리를 지켰다. 또래의 믿기지 않는 죽음을 슬퍼하듯 추모제에 참석한 고등학생들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슬픔을 지우라고 쉽게 말하지 마라.” 추모시가 연이어 낭독됐고 추모공연이 이어졌다. “이제 사월은 내게 옛날의 사월이 아니다. 이제 바다는 내게 지난날의 바다가 아니다”고 노래하는 이들을 보며 유가족들은 허공을 쳐다봤다. 곧이어 실종자 다윤이 아빠가 나와 “실종자를 벌레 보듯 하지 마라. 실종자 9명은 벌레가 아니라 사람이다. 국가가 사람을 버린다면 필요 없다”고 울부짖었다. 시민들은 “힘내라”고 외치며 박수와 환호로 격려했다.

 

은민이 언니 최윤아씨가 “미안하다는 말 많이 들었는데 정작 가장 듣고 싶은 사람은 안 해준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정작 내민 손길은 외면한다. 부탁한다. 살려달라”고 말할 때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눈물을 흘렸다. 이제껏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을 제대로 보듬어주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에 흐르는 눈물이었다.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서울 중구 시청 서울광장에서 열린 ‘4.16약속의 밤’ 행사에서 주최측이 크레인으로 세월호를 인양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뉴시스)

곧이어 세월호 인양 촉구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무대 앞쪽에 위치해 있던 배에 불이 밝혀지고 무대 중앙으로 떠오르자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세월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아직 세월호에 사람이 있다’는 카드섹션이 저 멀리에서 흔들렸다.

강아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