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년…바뀐 것은 없다"

세월호 1주기 언론사별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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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 세월호 참사 추모식이 열린 가운데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노란풍선이 하늘로 띄워지고 있다. (뉴시스)

 

세월호 1주기를 맞은 16일, 언론사들은 사설을 통해 지난 1년을 돌아봤다. 참사 이후 ‘국가 개조’를 외쳤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 무능한 국가시스템, 사고 이전에서 한발짝도 개선되지 않은 안전불감증, 국가적 재난조차 이념적 갈등으로 몰아가는 후진적 행태 등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제대로 된 진상규명 의지를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또한 ‘기레기’로 비판받았던 언론의 자기반성도 이어졌다.

 

경향신문 ‘세월호 1주기, 참사는 ‘현재진행형’이다’

 

경향은 국가의 무능과 정부의 부재를 지적하며 선체 인양을 통해 진상규명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경향은 참사 초기 대응에 대해 “세월호 참사에서 실질적 의미의 정부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무능하고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공무원들만 우왕좌왕했을 뿐입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부터 필부필부에 이르기까지 눈물 흘리며 ‘4·16 이후’를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시간은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했습니다”라며 “하지만 잠시였습니다. 분향소에서 국화꽃 한 송이 바치려 기다리던 대열이 어느 결에 줄었습니다. 애통의 자리엔 야만이 똬리를 틀었습니다”라고 했다.

 

또 경향은 “문제는 다시 국가요, 정부일 것입니다. 정부는 사랑하는 혈육을 잃은 사람들에게 돈봉투를 들이밉니다”라며 “세월호 참사는 목숨을 잃은 304명과 그 가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선체를 인양하고 진상을 파헤치고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무책임하고 무능한 정부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시민뿐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현재진행형’임을 잊어선 안됩니다”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세월호 1주년, 갈등을 베어내고 희망을 심자’

 

국민은 “혼란의 블랙홀 중심에서 휘청거리는 ‘대한민국호’를 이대로 놔둬선 안 된다. 희망과 미래를 인양해 바로 세워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대통령 등 지도자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참회 어린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청와대에서 수사(修辭)만 남발할 것이 아니라 국민을 진정으로 보듬을 수 있는 현장 스킨십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특별조사위원회가 제대로 출범할 수 있도록 철저한 진상규명을 천명하고 완벽한 재발방지 시스템도 만들길 바란다”면서 “유가족은 물론 국민들을 다독여 통합의 길로 이끌어야 한다. 세월호 1주기 추모식도 ‘정부 따로 유가족 따로’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은 “계층·이념·세대·지역 갈등으로 갈기갈기 찢긴 한국이 아닌 하나의 한국, 하나의 한국인을 꿈꿔야 한다”며 “이제 갈등의 나무를 베어내고 희망의 나무를 심자. 다시 꽃피는 봄날, 활짝 웃음꽃을 피울 수 있을 때까지”라고 덧붙였다.

 

동아일보 ‘함께 슬픔 나누고 희망 되찾는 세월호 1주년으로’

 

동아는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를 격렬한 갈등의 시험대 위에 올려놓았다. 세월호 특별법이 논란이 됐을 때 여야 정치권은 통합의 구실을 하지 못해 국회 무용론까지 불러왔다”면서 “세월호 1주년은 슬픔을 함께 나누고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발견하는 통합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1년 전 많은 부모들이 자기 아이를 꼭 껴안고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고 안도하며 등을 다독였다”면서 “그런 마음을 갖고 우리는 250명의 아이들을 잃은 대신에 2500명 아니 2만5000명의 아이들을 위험에서 구할 수 있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어른보다 앞서 떠난 아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국가 개조 외친 ‘대한민국호’ 어디로 가고 있나’

 

세계는 참사 1년 동안의 ‘국가 개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는 미미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세계는 “세월호 사고 후 우리 사회의 명제는 ‘관(官)피아’ 척결이었다”며 “우리는 적폐 청산을 위해 ‘국가 대개조 범국민위원회’를 만들고 정부 조직까지 뜯어고쳤다. 하지만 그간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외형만 번지르르할 뿐 실제로 변한 것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안타까운 점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다. 후진적 인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진다”며 “이런 무사안일로는 대한민국의 안전을 복원할 수 없다. 세월호의 참담한 비극을 겪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가. 우리에게 아직 더 치러야 할 희생이 남아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세계는 “국민 각자 가슴에 손을 얹고 지난 1년을 반추하자. 그간 우리는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느라 1년의 골든타임을 허비했다”면서 “서로 삿대질하는 볼썽사나운 공방은 이제 멈춰야 한다. 5000만이 승선한 대한민국호의 안전운항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안전한 나라로 탈바꿈 못한 채 맞는 ‘세월호 1周’’

 

조선은 “대한민국 안전(安全) 수준이 근본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난 1년 사이에도 지하철 전동차끼리 추돌하고, 환풍구가 붕괴되고, 다리 위에서 106중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캠핑장 텐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또 “결국 우리는 지난 1년을 허송(虛送)한 것이다. 대통령은 국가 틀을 바꿔야 한다고 ‘국가 개조(改造)’를 외쳤지만 울림 없는 빈말이 됐다”면서 “국민은 해경(海警)을 해체하고 출범시킨 국민안전처가 사회의 안전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무슨 기여를 했는지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조선은 “세월호 참사는 5000만 국민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그 슬픔, 그 억울함을 정말로 나라 수준 바꾸는 에너지로 전환시킬 수 없었던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면서 “대한민국 안전 수준을 한 단계라도 올려놓아야 진도 앞바다에 가라앉은 영혼들한테 그나마 위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세월호 1년… 아직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중앙은 “세월호 1년. 이 순간 가장 참담한 것은 ‘통한의 반성문’밖에 쓸 게 없다는 사실”이라며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눈물 속에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며 잊지 않겠다던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유족들에게 ‘언제든 찾아오라’던 대통령의 말은 빈말이 됐다.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따라 세월호를 이용했고, 때로는 희생자들을 적대시하며 갈등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일을 잊으라고 강요해선 안 된다”며 “세월호 참사는 슬픔에 공감하고, 충분히 애도하고, 함께 치유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미래지향적 노력으로 극복하고 승화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중앙은 “우리는 세월호의 비극을 통해 국가가 우리의 모든 것을 책임져줄 수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님을 뼈저리게 알게 됐다”며 “그러기에 탐욕의 절제라는 교양을 갖추고, 공동체의 문제 해결에 일상적으로 참여하는 책임 있는 시민을 키우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세월호 참사 1년, 우리는 무엇을 했나’

 

한겨레는 “세월호 이후의 1년은 세월호가 침몰하던 그 몹쓸 시간과 꼭 닮았다. 2014년 4월16일 아침 8시48분 선체가 기울기 시작한 것처럼,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과 시스템은 기울기 시작했다”면서 “그렇게 침몰하고 무너진 건 국가 정체성과 시스템만이 아니었다. 진실을 덮고 책임을 모면하고 잇속을 지키려는 집권세력의 계산속에 세월호의 비극은 정략으로 덧칠됐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언론에 대해서도 “정부 발표만 받아쓰며 ‘전원 구조’ 오보로 첫 보도를 장식한 언론은 그 사명인 진실의 발견에는 눈감은 채 혐오와 망각을 부추겨왔다”며 “배·보상금만 부각시켜 유족들을 모독한 보도가 그 1년의 결말”이라고 했다.

 

이어 “진실을 대면할 용기와 책임감이 없으면 그로부터 교훈을 얻어 실천해갈 근력도 생길 수 없다. 세월호의 진실을 끝까지 파헤쳐야 하는 이유”라며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진실을 덮고 슬픔을 능욕하는 짐승의 언어와 몸짓을 거둬들이고, 허비해버린 1년의 몫까지 더해 1년 전 그 순간 우리 모두의 가슴을 메웠던 다짐을 그대로 행동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세월호 참사 1년, 우리는 한 발도 내딛지 못했다’

 

한국은 “세월호 참사는 몇몇의 실수와 잘못이 빚어낸 단순한 대형교통사고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얼마나 연약한 지반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라며 “그런데 어떤가. 지금껏 외형적으로 이뤄진 약속은 해경 해체와 국가안전기능을 통괄한다는 국가안전처 신설뿐이다. 많은 국민은 여전히 실효성에 의구심이 드는 엉뚱한 충격요법이었다는 느낌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상은 제한적으로 드러났으되, 진실은 아직도 깊은 곳에 묻혀있다”며 “제한적 진상은 불법증축, 과적, 평형수 불충전, 화물 고박 불이행, 급변침, 늑장 구조 등 직접원인에 한한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폭 넓게 고착돼왔을 업체와의 정관유착 구조와 ‘대통령의 7시간’으로 상징되는 국가시스템의 붕괴 등 근원적 진실에는 아직 촌보도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은 “세월호가 드러낸 우리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은 또 있다. 국가적 재난까지도 이념과 정파의 이해로 가르는 짓”이라며 “유족을 위로하는 순수한 시민에게도 이념의 덫을 씌우고, 심지어 가눌 수 없는 슬픔에 찬 유족들을 코 앞에서 능멸하는 짐승 같은 짓까지도 벌어졌다”고 일갈했다.

 

또 한국은 “언론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속보경쟁으로만 변명할 수 없는 구조상황에서의 오보, 왜곡, 정부발표나 괴담의 검증 대신 유포 편승, 유족에 대한 몰(沒)배려, 진실추적의 한계나 외면 등은 우리 언론 전반에 두고두고 지워지지 않는 업보로 남을 것”이라고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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