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서 딸을 꺼내 실종자 이름 지우고 싶어"

[4월16일 아침 라디오시사프로그램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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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말말말 

“저는 은화가요, 세월호 속에 있는 게 너무 싫고요. 우리 은화를 갖다 보내주고 싶습니다.”
-세월호 참사 발생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물속에 갇혀 있는 단원고 2학년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가 SBS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딸을 바다에서 꺼내 ‘실종자’라는 이름을 지우고 싶다며 한 말.


“세월호 희생 학생들은 사망신고 안 한 아이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경기도 안산에 ‘치유공간 이웃’을 연 정혜신 박사가 SBS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심리 상태를 전하며 한 말.


“4월 16일은 국민들과 대통령이 함께 슬퍼하고 성찰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는 국민들의 상식적인 기대와 기본적인 원칙들을 완전히 무시한 결정…순방을 떠난다면 시행령 폐기 문제만은 적어도 분명히 하고 떠나야 된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가 KBS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남미 순방을 떠나는 것을 비판하며 한 말.


“아직도 학생들은 궁금해 하거든요. 왜 그런 사건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왜 아무도 구하지 않았는지요. 그런데 그런 것에 대해서 답변할 수 없고 왜 세상이 아직도 이만큼밖에 변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은 교사로서 더 괴롭고 더 두려웠습니다.”
-교사 111명이 ‘진실을 침몰시키려는 자, 이제 우리가 침몰시키겠습니다’란 제목의 글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려 교육부가 해당 교사들에 대해 형사고발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가운데, 이 글을 직접 작성한 영등포여고 조영선 교사가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무릅쓰고 글을 올릴 수밖에 없었던 심정을 밝히며 한 말.


“이완구 총리는 사실상 피의자…박근혜 정부가 다시 기회를 가지려면 지금 총리가 사임하는 길 외에는 없다.”
-전원책 변호사가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퇴를 주장하며 한 말.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오전 경기 안산 세월호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서 한 유가족이 희생자의 캐리커쳐를 매만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뉴시스)

4월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의 날이 밝았다. 결국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채로 이 날을 맞았다. 진상 규명을 위해 만든 특별조사위원회는 여전히 표류 중이고,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1년 전 그날처럼 거리에서 찬바람을 맞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정국이 떠들썩한 가운데서도 16일 아침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은 세월호 1주기를 맞아 특집 인터뷰 방송을 내보냈다.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자원봉사자, 변호사, 심리학자, 선체 인양 전문가 등 다양한 인물들이 방송에 출연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 선체를 인양하고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진실을 밝혀 달라는 것이다.


특별조사위원회가 결국 정식 출범도 못한 채 세월호 1주기를 맞은데 대해 이석태 4·16세월호참사특위 위원장은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다”며 “유가족께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특위는 지난달 27일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정부의 세월호 시행령안 폐기를 요구했다. 이에 정부 측에서는 파견 공무원 수를 줄이고 일부 조직의 명칭을 바꾸는 수준에서 시행령 수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석태 위원장은 “시행령안 전체가 너무나 문제가 많기 때문에 그걸 수정하기보다는 철회되거나 폐기돼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세월호 1주기 현안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진상규명 특별법에 따른 시행령도 원만하게 진행이 되도록 신경을 많이 쓰기를 바란다”고 얘기한데 대해서도 “전향적인 말씀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하며 “(시행령안) 철회가 어렵다면 적어도 철회에 가까울 정도로 그동안 문제가 많았던 조항들을 바로잡는 것이 대통령의 발언의 취지에 부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신과 전문의인 정혜신 박사는 진상 규명이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들의 심리 치유에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정혜신 박사는 SBS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아이들이 지금 말하자면 의문사를 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왜 아이들이 갑자기 이런 사고를 겪고, 구조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들과 이렇게 이별을 하게 됐는지, 이게 의문사”라며 “부모 입장에서는 이게 규명이 돼야만 그 다음부터 심리적으로 이 아이를 떠나보내는 심리적인 애도 과정, 그 상실을 받아들이는 심리적인 과정을 진행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이라는 것은, 이 유가족들 심리 치료를 위해서도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되는 선결 조건”이라며 “진상규명이 없는 심리적인 치유라는 것은 반쪽짜리밖에는 안되고 대단히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 분들이 온전하게 치유가 되기 위해서도 반드시 진상 규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안산에 ‘치유공간 이웃’을 만들고 유가족들과 생존 학생들의 상처를 보듬고 있는 정혜신 박사는 “세월호 시행령 이슈가 나오면서 심리적인 상태들이 작년 초반으로 다시 돌아간 느낌”이라며 “지금은 아주 극단적으로 심각한 상황까지 다시 갔다”고 전했다.


1년이 지났지만 유가족들이 느끼는 슬픔은 그대로다. 희생 학생 대부분은 아직 사망신고도 하지 못했고, 가족들은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관계가 틀어지기도 한다. 생존 학생들도 여전히 미안함과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실종자 가족의 심정은 또 이와는 차원이 다르다. 사고 후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9명의 ‘실종자’들은 깊은 바다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가족에게는 ‘실종자’라는 단어 자체가 상처다. 단원고 2학년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는 “‘실종자 가족’이라는 말을 듣는 게 너무 슬프고 싫다”고 했다.


이 씨는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실종자’라는 게 정말 마음이 아픈 석자”라며 “은화가 세월호 속에 있는 게 너무 싫고, 우리 은화를 갖다 보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 모를 거다. 세월호 속이 얼마나 지저분한지, 얼마나 찌그러져 있는지... 그래서 거기에 있는 우리 딸이 너무 아프고 무서울 것 같다”며 “우리 딸을 갖다 꺼내서 실종자라는 이름을 지우고 싶다”고 했다.


사고가 발생한 진도 지역의 주민도 나름의 상처를 껴안고 살고 있다. 사고 당일과 이후에 매일 어민들과 바다에 나가 수색작업에 참여했던 전남 진도군 조도면의 조광원 씨는 “배에 도끼 같은 거, 큰 쇠망치를 갖고 배에 올라가서 유리창이라도 깨고 안에 있는 학생들이라도 구조를 했을 텐데, 그걸 못한 것이 두고두고 천추의 한”이라고 말했다.


당시 전화를 받고 다른 어민들과 함께 사고 해역에 갔던 조 씨는 “해경만 믿고 ‘다 구조를 다 하겠지, 했겠지’ 하고 했는데 뒤늦게 ‘저 배에 한 300명 있는데 못 나오고 있다’고 그 소리를 들었을 때, 하늘이 참 너무 깜깜하더라“며 이 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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