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세계 곳곳서 위협·테러·살인에 노출"

[2015 세계기자대회] '지구촌 언론인 수난' 콘퍼런스

  • 페이스북
  • 트위치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는 언론인들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이나 협박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과거엔 구금이나 납치 등 신체적 위협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비판언론에 광고를 중단해 재갈을 물리거나 친정부 인물을 경영진으로 보내 인사를 통한 언론장악이 시도되고 있다.

 

▲15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언론자유와 지구촌 언론인들의 수난’이란 콘퍼런스에서 발제자들은 언론인들에게 자행되는 폭력과 위협에 대해 우려했다.

이를 통해 언론인 스스로가 자기검열이나 자기통제에 빠지게 할 속셈이다. 특히 분쟁 지역 등에서 언론인들에 가해지는 폭력 수위는 갈수록 대담해지고 잔혹해지고 있어 국제연대의 필요성마저 대두되고 있다.

 

실제 지난 17일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만화로 논란을 일으켰던 프랑스 시사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사무실에 무장괴한들이 침입해 총기를 난사, 12명의 언론인이 숨졌다. 이어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지난 21일 일본 프리랜서 언론인 인질 고토 겐지씨를 살해했다.

 

‘2015 세계기자대회’ 3일째인 15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콘퍼런스(‘언론자유와 지구촌 언론인들의 수난’)에서 발제자들 역시 이런 우려를 제기했다.

 

코리아타임스 심재윤 편집부국장의 진행으로 열린 이날 콘퍼런스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홍국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수석편집위원은 전세계 분쟁지역에서 언론인을 납치하거나 피살하는 사건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제네바협약 등 여러 국제협약에 언론인을 폭력 등으로부터 보호하자는 내용이 들어 있지만 명문화된 규정은 없다고 지적했다발제에 앞서 김 위원은 세월호 희생자와 피살된 언론인들을 위한 묵념 시간을 제안했다.

 

국경없는 기자회에 따르면 지난해 업무 수행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언론인은 88명에 달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5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김홍국 위원은 언론인들은 정론보도는 고사하고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압박 속에 해고나 투옥 등을 넘어 신체적 위협이나 테러, 살인 등 심각한 위험 속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은 국내 언론  역시 이런 상황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수-진보 간 이념적 갈등 탓에 언론계가 양분된 데다 정권 성향에 맞춰 임명된 경영진이 기자들에 가하는 탄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과거처럼 언론인을 투옥하거나 신체적 위해를 가하는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지만 경영진과 간부진을 정권 코드에 맞춘 이들로 임명한 뒤 보도 방향을 권력의 편으로 장악하는 방식으로 언론탄압에 나서고 있다고 꼬집었다.

 

▲과거엔 구금이나 납치 등 신체적 위협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엔 비판언론에 광고를 중단해 재갈을 물리거나 친정부 인물을 경영진으로 보내 인사를 통한 '언론장악'이 시도되고 있다고 김홍국 위원은 설명했다.

그는 MBCYTN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김 위원은 청와대는 언론사와 기자를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면서 언론보도를 위축시키려는 낡은 언론관을 드러내고 있다주요 대기업들도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 광고를 절반 가까이 삭감하거나 중단하는 등 금력을 이용한 언론통제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언론의 신뢰회복은 시급한 현안이라며 언론인들은 보도 내용이 공공의 복리와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살펴야 하고, 권력이나 자본의 이익과 입장에 치우쳤다면 반성하고 악습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언론인 스스로가 정치자본권력의 압력뿐 아니라 정권이나 이념, 자본 편향적인 언론사 내부 문화 등에 저항하고 공정보도를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페즈 페로 멕시코 그루포 리포마 국제부 공동 편집자는 국경없는 기자회가 작년 12월 발표한 언론인에 대한 공격을 다룬 보고서는 전 세계 언론인들이 직면한 도전과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70년대 농업위기와 1990년대 경제위기가 멕시코를 강타한 후 멕시코 내 마약 카르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멕시코 언론인들은 극도로 불안한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심지어 마피아 보스가 직접 편집국을 찾거나 전화로 기사검열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제언론자유수호단체인 아티클 19’에 따르면 지난해 멕시코 내에서 언론인들에게 가해진 위협의 48%(326)가 정부 관계자들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그는 그동안 문제가 생기면 언론인들을 해외로 보내거나 일시적으로 다른 취재를 맡겼다면서 하지만 이런 방법보다는 직업 전문성과 연대하는 게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위험한 사건 취재 시 언론인들이 협력해 함께 현장에 가고 공동 기사화하면 취재기자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언론감시단을 활성화해 언론이 공공이슈를 제대로 취재하는지 시민들이 확인해주는 것도 위협으로부터 언론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인데 포메라니엑 아르헨티나 라 나시온칼럼니스트는 군부독재 시절 실종된 이들 중 일부는 언론인, 예술가, 작가였는데 공식적으로 약 1만명이 강제 수용소로 납치돼 고문을 당한 후 살해당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검열위원회는 존재하지 않지만 최근엔 공식광고가 불공평하게 분배돼 정부와 가장 친밀한 언론만 혜택을 봤다군부독재시절 검열과 동일하지 않지만 언론의 자유를 해칠 수 있는 교묘한 방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명예, , 마피아, 권력, 신성이란 이름하에 자행되는 언론인에 대한 범죄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민주주의 내에서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면서도 하지만 언론이 존재하는 이유는 권력을 지닌 자들이 자신에게 해가 될까 비밀로 지키고자하는 것을 보도하기 위해서다라고 주장했다.

 

▲하이먼 해설가는 이날 발제를 통해 프랑스 내에서도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롤드 하이먼 프랑스 ‘BFM TV’ 지정학 해설가는 지난 1월 발생한 샤를리 에브도 테러를 계기로 프랑스 내 언론과 표현의 자유 간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 111400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프랑스 전역에서 샤를리 에브도테러에 대한 규탄 시위가 열렸는데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을 규탄하기 위해서다라면서 그렇다고 풍자가 무조건 지적이면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프랑스에서도 풍자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데 폭력, 범죄, 아동성애, 나치 히틀러 등을 조장하거나 미화하지 말고 제2차 세계대전 중 자행된 유대인 학살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다.

 

하이먼 해설가는 프랑스는 신성모독을 법으로 금지하거나 종교적 신념을 법으로 보호하지 않는다그렇기 때문에 예수, 모세, 모하메드 등을 폭력을 조장하는 존재로 묘사하는 게 프랑스에선 범죄가 아니다. 대통령, 주교, 철학자, 국가적 영웅 등을 풍자적으로 묘사하는 것 역시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프랑스에서 표현의 자유는 다른 국가에서 완전히 이해 못하는 특별한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그럼에도 여전히 뉴스 보도와 풍자는 명확히 구분하는데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제브리엠락 시세이 에디오피아 정보통신부 언론 모니터링 전문가는 언론인을 공격하는 이유는 특정 사실을 폭로한 것에 대한 보복, 조사를 방해하기 위한 협박, 명예훼손에 대한 보복, 정치경제사회종교적 견해를 비판한 것에 대한 보복 등이 있다면서 에디오피아와 같은 개발도상국의 언론인들은 고등교육을 받지 못해 언론보도 원칙과 직업윤리에 맞지 않는 매우 편향적인 보도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창남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