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숨소리·울음소리 그대로 담아"

세월호 기록하는 권민철 CB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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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철 CBS 기자는 지난 한 달 동안 안산에 체류하며 세월호 유족들을 인터뷰했다. 사진은 목동 CBS 사옥에서 녹음파일을 편집하고 있는 권 기자의 모습.


기획안 들고 유가족 설득 “가감 없이 쓰겠다” 약속
안산에서 한 달간 지내며 유가족 20명 심층 인터뷰


“기억은 희미해질지언정 그리움은 더 진해집디다.”
세월호 유족 유영민씨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권민철 CBS 기자는 이 한마디가 참사 1주기를 맞은 유가족들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분들의 처지는 달라지지 않았죠. 나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라는 겁니다.”


권 기자는 지난 6일부터 연재된 기획시리즈 ‘세월호 1년, 안산의 눈물’에서 유가족들의 생활 실태와 참사가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을 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지난 2월부터 기획을 구상하고 3월 초부터 한 달 동안 안산을 오갔다.


세월호 1년은 그들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겼을까. 지난해 6월쯤, 안산의 한 지역구 의원은 식사 자리에서 “안산이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 같다. 지역사회가 완전히 뒤바뀔지 대단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 한 마디가 권 기자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안산에만 희생자 254가구, 1029명의 유가족이 살고 있다. 사실상 지역사회 전체가 세월호의 직·간접적 피해자인 셈이다. 


현장에서 만난 유가족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언론에 대한 불신은 여전했다. 권 기자는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사의 취지를 정성들여 설명했다. “지난해 ‘기레기’ 논란도 기자들의 공감능력 부족이 원인이 됐다고 생각해요. 이야기를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도 그분들께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권 기자는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온마음센터)와 함께 유족 152명의 건강 및 생활실태를 조사했고, 유가족 2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설득 과정은 쉽지 않았다. 4·16가족협의회의 도움을 받기 위해 직접 기획안을 들고 가 브리핑을 했다. 단원고 학부모들과 함께 분향소 당직을 서기도 했다. 진솔한 대화를 통해 유족들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다.


고통이 줄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그들의 상처는 곪을 대로 곪아있었다. 유가족들은 여전히 분노(88.2%), 죄책감(76.3%), 우울(75%)을 겪고 있었으며 응답자 84.2%는 심리치료를 받고 있지 않았다. 32.9%가 다양한 신체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가족을 잃은 상태에서 나의 건강은 의미가 없다’(46.5%)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다. 유가족 김정숙씨는 인터뷰에서 “아프다는 말도 사치”라며 “여기 가슴에 빨간약을 바르고 싶다”고 눈물 흘렸다.


권 기자는 유가족들과의 인터뷰를 모두 녹취해 ‘세월호 육성기록’으로 풀어냈다. 취재량만 해도 두꺼운 책 한 권에 달한다. 전하지 못한 부분도 많지만 기사에는 최대한의 ‘날 것’을 담았다. 권 기자는 “유족들에게 인터뷰를 제안했을 때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기자의 입이나 글을 통해 보여주기보다 이들의 숨소리, 울음소리 하나하나를 전하는 것이 일반 국민과 유족들 간의 오해를 푸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한 달 동안 이들의 슬픔에 공감하며 취재한 소회를 묻자 그는 “정말 힘든 취재였다”며 “인생을 다시 한 번 공부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중간 중간 초등학교 3, 5학년인 두 자녀도 떠올랐다. ‘이런 험난한 세상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있을까’하는 자괴감, ‘어른들이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의 연속이었다. 


권 기자는 유족들의 아픔을 이해하는 것이 ‘진상규명’을 위한 첫 걸음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국가와 지역사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이 원하는 건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그 이유를 밝히는 것, 단 하나입니다. 이것은 국가의 몫이죠. 지역사회는 유족들이 다시 예전의 삶을 회복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따뜻하게 안아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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