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잔인한 4월, 기자라는 말 못했던 부끄러움을 벗고 세월호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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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기울고 있어. 엄마 아빠 보고 싶어.” 2014년 4월16일 오전 10시17분 단원고 한 학생이 부모에게 보낸 카카오톡 발신 메시지는 세월호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였다. “절대 이동하지 말고 대기하라”는 선내방송을 들으며 304명(사망 295명, 실종 9명)의 생명은 차고 어두운 물밑에서 버둥거리다가 죽어갔다.


꽃피는 4월과 함께 세월호는 노란 리본으로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우리는 사무치게 울었던 시간들을 망각의 강으로 시나브로 떠나보냈다. 기억하겠다고, 진실을 밝히겠다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던 슬픔과 분노의 약속은 진도 맹골수도 44m 지점에 전복된 세월호처럼 심해에 거꾸로 박혀있다. 


우리는 안전한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그래서 세월호를 과거의 일로 내버리고 갈 수 없다. 세월호는 이념이라는 괴물과 무관하고 종북이나 반정부라는 색안경으로 볼 수 없는 인간 존엄과 생명의 문제이다. 그런데 정부는 진상규명을 회피하고 돈으로 세월호 1주기를 능욕한다. 


▲지난 4월11일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 및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선체 인양과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폐지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1년 전이나 지금이나 언론을 향해 “있는 그대로 보도해달라”고 한다. 진상규명과 거리가 먼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정부의 보상금 일방 발표나 세월호 1주기에 해외순방을 떠나는 대통령 행보가 적절한 지에 대한 불편부당한 보도를 원한다. 안타깝게도 일부 언론에는 세월호가 없거나 있어도 마지못할 뿐이다. “가만히 있으라”는 죽음을 부른 안내방송처럼 음산한 언론들이다. 


검찰의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도 304명의 무고한 죽음의 원인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했다. 배가 뒤집혀 가라앉는 동안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함은 더더욱 밝히지 못했다. 더 이상 이런 억울한 죽음이 없어야 하는 까닭에 세월호 선체 인양과 함께 진상을 규명하려는 실천은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1년 전 언론은 세월호 참사 보도 과정에서 불신과 분노를 마주했다. 잇단 오보로 참사를 키웠고 선정적 보도에 유가족의 가슴은 피멍으로 얼룩졌다. 부끄럽게도 취재현장에서 ‘기자’라고 말하지 못했고 ‘기레기(기자쓰레기)’라고 손가락질까지 받아야했다. 그래서 자성의 목소리를 냈고 달라지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언론은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다시 4월이다. 세월호에 오르며 햇살 같은 웃음을 서로에게 던졌을 아이들이 선하다. 뒤집혀 조금씩 침몰하던 세월호를 속절없이 지켜봐야 했던 처절한 슬픔이 명치끝을 찌른다. 광화문 광장에서 ‘언니, 오빠 사랑해’라고 쓴 편지를 종이배로 접느라 꼼지락거리는 고사리손, 그런 현장 속으로 들어가는 기자들에게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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