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비타500 박스'들고 이완구 만나

경향신문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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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무총리가 궁지에 몰렸다. “돈을 받은 증거가 드러나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3000만원을 받은 구체적 정황이 드러났다.


▲경향신문 4월15일자 1면 머리기사

경향신문은 15일 1면 머리기사에서 성완종 전 회장이 2013년 4·24 재선거를 앞두고 승용차에 ‘비타500 박스’를 싣고 이완구 총리의 부여 선거사무소를 방문해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성 전 회장은 지난 9일 숨지기 전 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번 재·보궐선거 때 이 총리의 선거사무소에 가서 한나절 정도 있으면서 이 양반한테 3000만원을 현금으로 주고 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증언은 성 전 회장과 함께 이 총리에게 3000만원을 전달한 성 전 회장 측 인사의 입을 통해 나왔다. 경향에 따르면 성 전 회장 측 인사는 “(성 전 회장) 일정표에 ‘4월4일 오후 4시30분 부여 방문’으로 돼 있는데 그보다는 앞서 오후 4시 조금 넘어 선거사무소에 도착했다”며 “성 전 회장은 1시간 넘게 선거사무소에 들러 이 총리를 만났고, 전체적으로는 2시간 정도 부여에 머물다 해지기 전 떠났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4일은 후보 등록 첫날이었다.


그는 “(성 전 회장이 서울에서 타고 간) 승용차에 비타500 박스가 하나 있었다”며 “회장님의 지시에 따라 그 박스를 꺼내 들고 (선거사무소가 있는) 건물 계단을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선거사무소는 넓은 홀에 여직원 둘이 있었던 기억이 나고, 한쪽 칸막이 안에 이 총리와 성 전 회장 둘만 있었다”며 “(회장 지시로) 비타 500 박스를 테이블에 놓고 나왔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총리는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성 전 회장이 (선거사무소에) 다녀간 것은 기억 못한다. 한 분이 근거 없이 말한 건데 막중한 자리를 사퇴할 수 없다. 총리부터 수사를 받겠다”며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향신문이 전날 지면 엠바고를 걸면서까지 꽁꽁 숨겼던 1면 보도의 단서가 ‘비타500’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완구 총리는 더욱 사면초가에 몰렸다. 중앙일보도 이날 “당시 성 전 회장이 봉투에 5만원권을 담아 이 총리를 찾아갔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전날 역시 엠바고를 걸었던 세계일보는 1면에서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제기된 이 총리를 일단 ‘피내사자’ 신분으로 규정해 수사에 착수했다”면서 현직 총리가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은 ‘사상 초유’라고 보도했다.


▲세계일보 4월15일자 1면 머리기사

이미 이완구 총리는 이번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서 ‘사정대상 1호’가 될 위기에 처했다. 여당 내에서도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판이다. 조·중·동도 이 총리와 ‘선 긋기’에 나섰다. 박 대통령이 16일 남미 순방을 떠나기 전에 이 총리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이날 ‘박대통령, ’수사대상 1호‘ 총리에 직무대행 맡길 수 있나’란 제목의 사설에서 “부패 의혹을 받는 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지휘한다는 것도 코미디”라며 “이 총리도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면 이제라도 사퇴해 본인과 박근혜 정부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여당서도 불거진 이총리 사퇴론’이란 제목의 머리기사를 1면에 싣고 사설에서 “이 총리가 현직에서 수사를 받을 경우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아도 대다수 국민이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며 “국민은 박 대통령이 출국 전에 이 총리 문제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을지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도 ‘성완종 비망록엔 이완구와 만남 23차례’란 제목의 머리기사를 1면에 보도한 뒤 사설에서 “검찰이 총리를 일반인 다루듯 자유롭게 수사할 수 있을지 극히 의심스럽다”며 “이 총리가 수사를 앞두고 총리 지위와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든지, 아니면 당장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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