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성완종 리스트' 실체 밝힐까

성완종 녹음파일 보도 이후
권력 핵심실세 의혹 대상에
2012년 대선자금 의혹 확산
"야당 조사 필요" 물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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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자원외교 비리 문제로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9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경향신문과 가진 50분간의 인터뷰가 정가에 태풍을 몰고 왔다. ‘성완종 리스트’ 혹은 ‘친박 게이트’로 명명된 이번 파문은 현 정권의 핵심 실세들을 겨냥하는 것은 물론 2012년 대선자금 문제로 비화돼 정권의 정통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른바 ‘비선실세 국정농단’ 파문을 뛰어넘는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향신문은 지난 10일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김기춘·허태열 두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각각 미화 10만 달러와 7억 원을 전달했다는 단독 보도를 시작으로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과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거액을 줬다는 성 전 회장의 인터뷰를 차례로 보도했다. ‘성완종 리스트’는 즉각 정국을 강타했다. 후속 보도도 쏟아졌다. 종편 채널A는 10일 숨진 성 전 회장 바지 주머니에서 현 정권 핵심 실세 8인의 이름과 억 대의 액수가 적힌 메모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KBS도 11일 ‘뉴스9’에서 경남기업 자금 가운데 32억 원이 빠져나간 사실을 검찰이 확인했다고 단독 보도하며 “성완종 전 회장이 정치인들에게 돈을 줬다고 주장하는 시기와 자금 인출 시기가 겹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고 성 전 회장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했다.


이름이 거론된 당사자들은 일제히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를 통해 ‘성완종 리스트’는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14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성 전 회장이 2011년 당대표 선거를 준비하던 홍준표 후보(현 경남도지사)에게 1억 원을 전달하기 전 홍 후보를 직접 만났으며, 이후 측근 계좌로 1억 원이 입금된 사실이 확인됐다.


▲(사진 맨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경향신문 4월14일자 1면, 조선일보 13일자 3면, 중앙일보 14일자 1면, 13일 채널A 뉴스특보, 11일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파문은 2012년 새누리당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경향은 13일 사설을 통해 “‘성완종 리스트’는 대상 인물들이 대부분 박 대통령의 최측근들이고, 대선 및 경선 자금과 연관된 의혹이라는 점에서 대통령과 직결된 사안”이란 점을 분명히 하며 “드러난 의혹들을 한 점도 남김없이 규명할 수 있도록 검찰의 공명정대한 수사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현 정권의 핵심 실세들을 직접 겨냥해야 한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수사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겨레는 14일 3면 기사에서 “수사팀의 독립적인 활동을 보장해주지 않는 한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석천 중앙일보 사회2부장도 13일 칼럼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서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진상 규명 의지를 밝혀야 한다며 “자신이 없다면 특검 수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새누리당과 일부 언론은 오히려 “야당도 조사받아야 한다”며 ‘물타기’ 작전을 펴는 형국이다. 채널A는 지난 12일 “(성 전 회장이) 문재인 대표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있을 때 초고속으로 특사를 받았고, 이름도 발표되지 않았다”고 ‘단독’ 보도했다. 동아는 다음날 사설에서 “성 회장이 사면을 예상한 듯 항소를 포기한 것을 보면 노 정부의 핵심 인사들에게 로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도 14일자 사설에서 “비리 기업인이 한 정권에서 두 번이나 특사를 받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며 “성완종씨 두 차례 특별사면 배경도 밝혀내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경향은 “성 전 회장의 인터뷰나 ‘메모지’에는 야당의 ‘야’자도 나오지 않는다”며 “아무런 근거도 없이 야당 대선 자금 수사를 운위하는 것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가리기 위한 치졸한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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