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총리 후보자, 언론 외압 발언 보도

제294회 이달의기자상 취재보도1 / KBS 윤 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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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윤 진 기자

특종상 신청을 해야 하나, 하지 말아야 하나, 한참 생각했다. 문제의 발언을 녹음한 사람도 아니고, 발언이 나온 점심 식사 자리에 있었던 것도 아니다. 녹음 파일 보도로 본의 아니게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후배 기자도 떠올랐다. 그래도 기사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받고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컸다. 기사에 대한 정치적 공격, 취재 과정에 대한 의도적인 폄훼가 있었지만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었다. 기자상 신청과 평가 과정을 통해 ‘할 수 있는’ 얘기는 하고 싶었다.


근거 없는 소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김경협 의원실에서 KBS에 녹음 파일을 먼저 가져다 주었다는 것이었다. 2월6일, 내 발로 찾아가 의원실 문을 두드렸다. 처음부터 녹음 파일의 존재를 안 건 아니었다. 청문회 취재를 하다 녹음 파일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한나절에 걸친 설득 끝에 녹음 파일 전체를 건네받을 수 있었다. 무슨 얘기가 오간 건지, 발언의 전후 맥락은 무엇이었는지,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전화로, 문자로, 직접 찾아가 읍소를 하며 거듭 거듭 요청했다.


기자에게 정치인이란 어떤 대상일까? 정치인에게 기자는 어떤 대상일까? 이 기사를 취재하고 제작할 당시, 또 기사가 나간 이후 불어오는 후폭풍 속에서 끊임없이 자문했던 질문이다.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국민 앞에서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해야 할 의무, 후보자와 기자 사이의 인간적 관계, 두 사안이 명확히 대척점에 서게 됐을 때 어디에 더 무게중심을 둘 것인가. 기사는 1분20초에 불과했지만 번뇌의 시간은 길었다.


1분20초 리포트가 나간 뒤 예상했듯 후폭풍이 거셌다. 내 마음 속에도 폭풍이 일었다. 녹음파일을 얻고, 리포트를 만들고, 뉴스가 나갈 때까지는 오로지 있는 그대로 실수 없이 보도를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막상 뉴스가 나간 뒤 미처 생각 못 했던 것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특히 ‘어제까지 웃으며 만났던 취재원에게 오늘은 칼을 들이밀고 있구나’ 회의가 들기도 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이 기사로 언론의 자유가 왜 지켜야 할 가치인 건지, 우리 사회가 진지한 성찰을 해 보는 계기가 됐다면 더는 바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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