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는 소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김경협 의원실에서 KBS에 녹음 파일을 먼저 가져다 주었다는 것이었다. 2월6일, 내 발로 찾아가 의원실 문을 두드렸다. 처음부터 녹음 파일의 존재를 안 건 아니었다. 청문회 취재를 하다 녹음 파일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한나절에 걸친 설득 끝에 녹음 파일 전체를 건네받을 수 있었다. 무슨 얘기가 오간 건지, 발언의 전후 맥락은 무엇이었는지,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전화로, 문자로, 직접 찾아가 읍소를 하며 거듭 거듭 요청했다.
기자에게 정치인이란 어떤 대상일까? 정치인에게 기자는 어떤 대상일까? 이 기사를 취재하고 제작할 당시, 또 기사가 나간 이후 불어오는 후폭풍 속에서 끊임없이 자문했던 질문이다.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국민 앞에서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해야 할 의무, 후보자와 기자 사이의 인간적 관계, 두 사안이 명확히 대척점에 서게 됐을 때 어디에 더 무게중심을 둘 것인가. 기사는 1분20초에 불과했지만 번뇌의 시간은 길었다.
1분20초 리포트가 나간 뒤 예상했듯 후폭풍이 거셌다. 내 마음 속에도 폭풍이 일었다. 녹음파일을 얻고, 리포트를 만들고, 뉴스가 나갈 때까지는 오로지 있는 그대로 실수 없이 보도를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막상 뉴스가 나간 뒤 미처 생각 못 했던 것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특히 ‘어제까지 웃으며 만났던 취재원에게 오늘은 칼을 들이밀고 있구나’ 회의가 들기도 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이 기사로 언론의 자유가 왜 지켜야 할 가치인 건지, 우리 사회가 진지한 성찰을 해 보는 계기가 됐다면 더는 바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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