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의 제보는 KBS의 통합 제보시스템에 접수됐다. KBS뉴스 홈페이지를 이용해 작성한 것이다. 그런데 제목부터 이상했다. ‘○○ 공장의 문제’. 본문을 읽었지만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었다. 중요한 문구마다 특수문자가 가득했다. ‘◇◇◇에 있는 공장에서 △△△을 이용해 □□□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식이었다.
내가 제보 게시판에서 이 글을 읽은 건 접수되고 사흘이 지나서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흘 동안 암호 같은 이 글을 읽고 제보자에게 전화를 걸었던 기자는 없었다. ‘뭐 이런 제보가 있나’ 하면서 넘기려던 차에 마지막 문장이 눈에 띄었다. ‘오랜 기간 고민했습니다. 마음이 바뀔 수 있으니 빨리 전화주시기 바랍니다.’
전화를 했지만 제보자는 한사코 말하길 거부했다. 직접 만나기 전엔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보자를 만난 건 다음날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신원을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뒤에야 그는 동영상을 보여줬다. 2년에 걸쳐 찍은 5기가 분량의 동영상과 사진이었다.
핵심은 계란 가공과정에서 나오는 폐수를 다시 공장 내부로 끌어들여 정상 제품에 섞는다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동영상에 그대로 담겼다.
취재가 진행되면서 하나둘씩 사실이 확인됐다.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방송이 나간 뒤 사내에선 내가 VJ를 잠입시켜 공장 내부를 촬영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동영상은 생생했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 말하지만 이 경우는 ‘운구기일(運九技一)’이다. 일(一)을 채운 건 수수께끼 같은 제보의 마지막 문구를 눈여겨본 호기심이었다. 고민 끝에 어려운 결단을 내리고 기자를 끝까지 믿어준 제보자에게 감사한다. 이 상은 그가 받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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