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K - 폐기물 계란이 과자에 빵에

제294회 이달의기자상 취재보도1 / KBS 양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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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양성모 기자

예나 지금이나 언론사에게 제보는 중요하다. 정보공개 청구가 간편해졌고, 데이터저널리즘이 발전하고 있지만 전화나 인터넷, 혹은 SNS로 접수되는 제보는 여전히 취재의 단초를 제공한다. 특히 각종 영상 기기가 일반화 하면서 방송사가 제보에 의존하는 경향은 두드러지고 있다. 


본 기사의 제보는 KBS의 통합 제보시스템에 접수됐다. KBS뉴스 홈페이지를 이용해 작성한 것이다. 그런데 제목부터 이상했다. ‘○○ 공장의 문제’. 본문을 읽었지만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었다. 중요한 문구마다 특수문자가 가득했다. ‘◇◇◇에 있는 공장에서 △△△을 이용해 □□□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식이었다. 


내가 제보 게시판에서 이 글을 읽은 건 접수되고 사흘이 지나서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흘 동안 암호 같은 이 글을 읽고 제보자에게 전화를 걸었던 기자는 없었다. ‘뭐 이런 제보가 있나’ 하면서 넘기려던 차에 마지막 문장이 눈에 띄었다. ‘오랜 기간 고민했습니다. 마음이 바뀔 수 있으니 빨리 전화주시기 바랍니다.’


전화를 했지만 제보자는 한사코 말하길 거부했다. 직접 만나기 전엔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보자를 만난 건 다음날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신원을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뒤에야 그는 동영상을 보여줬다. 2년에 걸쳐 찍은 5기가 분량의 동영상과 사진이었다. 


핵심은 계란 가공과정에서 나오는 폐수를 다시 공장 내부로 끌어들여 정상 제품에 섞는다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동영상에 그대로 담겼다. 


취재가 진행되면서 하나둘씩 사실이 확인됐다.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방송이 나간 뒤 사내에선 내가 VJ를 잠입시켜 공장 내부를 촬영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동영상은 생생했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 말하지만 이 경우는 ‘운구기일(運九技一)’이다. 일(一)을 채운 건 수수께끼 같은 제보의 마지막 문구를 눈여겨본 호기심이었다. 고민 끝에 어려운 결단을 내리고 기자를 끝까지 믿어준 제보자에게 감사한다. 이 상은 그가 받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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