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완구 후보자 언론 외압 발언' 치열한 기자정신·뚝심 돋보여

제294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기자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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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탓인지 2월 보도 기사를 대상으로 한 제294회 이달의 기자상은 출품작이 비교적 적었다. 전반적으로 각 부문 출품작이 줄어든 가운데 특히 지역취재 보도무문(7편)이 평소보다 적었다. 그럼에도 심사과정은 여느 달 못지않게 논쟁적이었다.


15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 부문의 경합이 가장 뜨거웠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 언론 외압 발언 보도’(KBS)의 경우 치열한 기자정신이 없었다면 자칫 묻힐 수 있었던 사안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 사안을 보도한 취재기자는 현장에 없었지만 총리후보자의 충격적 발언 내용과 녹음 파일의 존재를 확인하고 끈질기게 취재원을 설득해냈다. 또한 총리후보자가 ‘외압 대상’으로 거론한 언론계 인사들로부터 발언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등 후속취재를 통해 정작 타사에서 보도하지 못한(또는 않은) 팩트를 엮어 기사로 완성한 뚝심이 돋보였다. 


이 기사의 미덕과는 무관하게 취재윤리를 둘러싼 논쟁이 있었다. 공인일지라도 사적인 자리에서 한 발언을 본인의 동의 없이 녹음하는 관행과 녹음 파일을 반대편 정당 인사에게 넘긴 것, 그리고 이를 여과 없이 보도한 것이 취재 및 직업윤리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그것이다. 그러나 일부 위배된 점이 있더라도, 발언 내용의 진위 여부와 명예훼손 여부가 관건이지 공인의 발언을 검증-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책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취재파일K-폐기물 계란이 과자에 빵에’(KBS) 보도는 동영상 제보를 토대로 발로 뛴 흔적이 역력한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불량식품 유통은 한국 사회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고질병’이고 방송의 고발보도 또한 ‘다반사’이다. 그럼에도 농협이라는 사실상의 공기업에서 이뤄진 불법 행위를 고발해 제도개선을 이끌어낸 점이 후한 점수를 받았다.


6편이 출품된 경제보도 부문에서는 ‘인천 깡통주택 사기 사건’(한겨레신문)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일련의 보도는 지난해 인천에서 발생한 한 장애인 가장의 죽음과 ‘소액 임차인을 상대로 한 배당이의 소송이 인천지역에 급증했다’는 통계 제보를 토대로 시작되었지만, 그 배후에 있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내고 부동산 사기조직에 대한 수사를 이끌어낸 탐사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모든 사기행위에는 당사자의 예방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민은 사회적 약자’라는 전제 하에 기획된 기사라는 지적도 있었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은 지난달에 4편의 수상작을 냈지만 이번 달엔 아쉽게도 출품작 7편이 모두 예심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 대신 지역 기획보도 부문에서는 ‘정서적 학대 첫 유죄 판결 이후의 보이지 않는 폭력’(경인일보)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 기획보도는 지난해 수원의 한 학교에서 벌어진 다문화 가정 학생에 대한 교사의 폭언을 계기로 ‘정서적 학대’를 의제화해 첫 유죄판결(벌금 300만원)을 이끌어내고, 도교육청의 교사 매뉴얼로 채택된 점이 평가되었다. 다만, 지난해 폭언 사건 이후의 기획보도와 법원 판결 이후 기획보도 간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이번 심사에선 신문과 방송이 같은 사안을 동일한 시각으로 단독 보도했을 경우 속보성과 심층성 가운데 어느 것에 더 평가의 비중을 둘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신문과 방송 매체의 특성과 제작 메커니즘을 감안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고, 심사위원들은 평가 기준을 규정하기보다는 속보성과 심층성은 물론, 정확성과 의제설정을 포함한 사회적 파급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좋은 보도를 위해 애쓰는 현장기자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한편으로, 언론 본연의 ‘권력 감시견’의 역할과 국민의 편에 선 정론보도를 기대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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