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규 물러난 YTN 조준희호 순항할까

취임 첫날 노조사무실 방문
배석규 사람들 물갈이 여론
영업적자·해직자 문제 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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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공식 취임한 YTN 조준희 사장이 “상호 신뢰의 성숙한 노사문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2008년 해직 사태 이후 단절된 노사 관계를 회복하고 YTN 내부 소통과 화합을 도모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조 사장은 23일 취임사에서 △방송과 경영의 융합 △탄탄한 재정 △적소적재의 인사 △성숙한 노사문화 등을 제시했다. 조 사장은 “재정에서 실패한 방송이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밝히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호할 수는 없다”며 “방송과 경영의 융합을 통해 서로 간 상생의 길을 열겠다”고 밝혔다.


언론에 대한 이해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의식한 듯 “방송과 언론에 문외한이기에 어떤 치우침과 편견이 없다”며 “사무실과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작은 의견도 모두 귀담아 들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100여명의 YTN 젊은 사원들은 신임 사장에게 최우선 과제로 지속적인 ‘소통’을 주문했다.


▲조준희 사장이 23일 오전 10시 YTN뉴스퀘어 1층 YTN홀에서 취임식을 하고 있다.(사진=YTN)

노사 갈등을 해결할 핵심 현안인 ‘해직’문제가 취임사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조 사장은 해고나 구조조정, 명예퇴직 등은 없다는 뜻을 비쳤다. 한 기자는 “인사, 경영, 보도 등 모든 문제는 ‘사람’으로 귀결된다”며 “그 중심에는 ‘해직’ 문제가 있다. 이를 풀어야 나머지도 자연스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TN노조 관계자도 “YTN은 일반적인 노사 갈등이 아니다. YTN만의 특수성을 파악해 갈등의 원인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사측 간부들이 후배들을 해고하면서 저항했고 사태 이후 모든 문제가 발생했다. 근본 원인인 해직문제를 선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극심한 노사분규”, “단합하지 못한 내부가 문제”라는 인식은 분명했다. 조 사장은 이날 취임식 직후 사무실을 순회하는 과정에서 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대화의 물꼬를 텄다. 권영희 위원장은 “취임사대로 잘 지켜 달라”고 당부했고, 조 사장은 노조와의 면담 의사를 비쳤다.


자리에 최적화된 인사를 하겠다는 적소적재 인사의 실천방안은 물음표다. 김백 상무 유임 등 배석규 사단의 간부들은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통상 봄 정기인사를 시행하는 YTN에서 조 사장의 첫 인사에 이목이 쏠리는 까닭이다. 수년간 제기돼왔던 ‘줄 세우기’ 인사의 고리를 끊고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 풍토”를 만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전문경영인으로서 경영안정화를 위해 선임됐다는 점에서 지난해 260억원 영업 적자를 기록한 YTN의 재정 개선에 어떤 대비책을 내놓을지 기대도 있다. 하지만 광고 시장 축소, 신사옥 임대율 저하, 감가상각비 등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 20일 오후 배석규 사장은 6년여의 임기를 마치고 간부들의 배웅을 받으며 YTN을 떠났다.

배석규 사장은 떠났지만 YTN에는 상흔이 깊게 패였다. 2008년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 당시 해고의 칼날은 구본홍 사장이 휘둘렀지만, 6년이 넘도록 장기화하며 노사 갈등을 부추긴 것은 배 사장이 주범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2009년 10월 취임한 배 사장은 한 달 뒤 전원 ‘해고 무효’가 선고된 1심 판결을 노사 합의를 깨고 거부했다. 결국 6년이 흘러 지난해 대법원 판결까지 이르렀고 복직은 ‘반쪽’에 그쳤다. 이 기간 구성원들은 내부 힘으로 해직 문제를 풀고 재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수차례 외쳤지만 배 사장은 책임을 외면한 채 임기를 끝냈다.


보도국장 추천제 폐지, 노사 공정방송위원회 무력화, 돌발영상 폐지 등 수많은 불공정 논란이 터져 나왔고 노조 활동에 따른 인사 불이익으로 조직은 기형적인 모습이 됐다. 종편에 뒤처진 시청률과 경영 적자도 그 결과물이다. “정권에 충성심” 등 YTN 불법사찰 논란의 중심에도 있었다. YTN노조는 “다시는 비정상적인 경영이 반복되지 않는 밑거름이 돼야 한다”며 “배 사장은 YTN을 망친 책임을 끝까지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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