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적자 내몰고 이익 챙긴 홀딩스

SBS 콘텐츠 헐값에 넘겨
홀딩스 종속회사로 몰아줘
감사위원도 회사 뜻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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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SBS가 지난 20일 제25기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위원장 채수현)는 SBS 지분 35%를 소유한 SBS미디어홀딩스가 SBS에서 창출된 이익을 계열사로 옮기는 방식으로 대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 13층에서 진행된 주주총회는 이례적으로 출입기자들의 참관을 통제한 채 진행됐으며, 채수현 위원장과 사원주주의 위임을 받은 조춘동 SBS A&T 위원장 등 노조 관계자 6명을 포함한 주주 78명이 참석했다. 


주주총회에 앞서 노조는 오전 8시부터 사옥 1층 로비에서 피켓을 들고 SBS의 적자와 미디어홀딩스 계열사의 흑자를 비교하며 ‘사상 초유 쌍둥이 적자, 경영진은 책임져라’ ‘마른 SBS 수건 쥐어짜 지주 홀딩스 회사 물주기’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가 20일 오전 주주총회에 앞서 서울 양천구 목동 SBS사옥 1층 로비에서 피켓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SBS노조)

2014년 SBS는 영업이익 -129억원, 당기순이익 -34억원을 기록했다. 이날 주총 의장을 맡은 이웅모 사장은 “세월호 참사에 따른 경기 위축, 지상파 광고시장 축소 등으로 야기된 어려운 경영상황을 타개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게 돼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조춘동 위원장은 발언권을 갖고 “예년과 다르게 적자가 됐다. 이에 대한 의장의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이 사장은 “다 설명하고 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배부해드린 영업보고서로 대신하겠다”며 상황을 넘겼다. 


노조는 이날 특보를 통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SBS는 적자에 허덕이고 유통과 재방송, 계약 대행회사는 엄청난 수익을 챙겨간다”고 꼬집었다. SBS 콘텐츠 유통을 담당하는 SBS콘텐츠허브는 지난해 영업이익 134억원, 당기순이익 88억원을 기록했고 SBS 콘텐츠를 유료방송 매체에서 재방송하는 SBS플러스는 영업이익 115억원, 당기순이익 105억원의 성과를 냈다. 해외 비디오 판매와 올림픽, 월드컵 축구 중계 등 빅 이벤트 계약시 3%의 수수료를 받는 SBS인터내셔널도 4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조는 현 감사위원들을 해임하고 언론 전문 변호사인 김학웅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감사위원회는 SBS가 지난 2008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도입된 제도로 회사의 업무와 회계를 감시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사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3인으로만 구성한 감사위원회는 회사가 미디어홀딩스 종속회사로 콘텐츠를 헐값에 넘기는 등 경영을 적자 상태로 몰아넣었는데도 전혀 인식하지 못했거나 알고도 매번 그냥 넘겨버렸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2007년과 2008년 노사가 특별합의서에 서명하고 노조 추천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에 선임하기로 합의했으나 사측이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은 임기가 만료된 김희천 사외이사를 재선임하는 내용의 원안을 별다른 논의 없이 그대로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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