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조금씩 변화…'많이 달라졌네' 느낌 주고 싶어"

안수찬 한겨레21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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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찬 한겨레21 편집장

안수찬 기자가 창간 21주년을 맞은 한겨레21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1년 반의 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1주일 앞둔 어느 날이었다. 그에게는 ‘깜짝 제안’이었지만, 한겨레로서는 ‘회심의 카드’였다. 변화와 혁신의 상징이었으나, 어쩌면 21년 역사상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한겨레21에 안수찬이라는 카드보다 더 적절한 조합을 찾기는 힘들었을지 모른다. 그가 2009년 사회팀장을 맡아 만들어낸 역작 ‘노동OTL’ 시리즈가 그러했듯,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주길 바라는 절실함도 담겨 있다. 그렇게 지난 9일 한겨레21로 ‘금의환향’한 그는 사흘 밤을 회사 숙직실에서 보내고 주말에도 출근도장을 찍는 ‘하리꼬미(터잡기)’로 혹독한 편집장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고려대에서 언론학 박사과정을 밟느라 1년 반 동안 회사를 떠나 있던 그는 ‘외부자’의 시선으로 언론 환경의 변화를 지켜봤다. “우선은 언론을 통해 뉴스를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겁니다. 방송이건 신문이건 주간지건, 심지어 인터넷까지 마찬가지죠. 특히 20~30대의 경우 포털에 접속해 눈대중으로 보는 정도가 일상에서 뉴스를 접하는 거의 유일한 매개더군요.”


안 편집장은 이것이 “뉴스 유통의 문제를 넘어 근본적으로는 뉴스가 누구한테 무슨 쓸모가 있느냐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뉴스를 새롭게 정의하고 뉴스의 쓸모와 본질을 고민하고 나면 이걸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할지의 문제가 연동해서 풀린다”면서 “거창한 얘기지만 한겨레21을 통해서 뉴스를 새롭게 정의하는 데서부터 시작하고 싶다”고 밝혔다.


활자 매체의 위기. 그 중에서도 잡지 산업의 위기는 더 심각하다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매거진이야말로 디지털 시대에 가장 적합한 미디어 형태”라고 강조했다. “수천 년 인간 역사에서 가장 절대적이고 강력한 미디어가 책이고, 그 책에 가장 가까운 언론 플랫폼이 매거진”이며 “책이 사라지지 않는 한 매거진은 계속 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한국적 맥락’의 잡지라는 말 대신 ‘지식의 저장소, 창고’라는 매거진의 원래적 의미의 복원을 역설했다. 


매거진이 언론의 미래가 될 수 있는 것은 “상상력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상상력이 필요한 직업입니다. 하지만 매체의 특성이 장벽이 될 때가 많죠. 디지털을 장착한 매거진은 모든 종류의 상상력을 다 구현할 수 있습니다. 어떤 콘텐츠로 채워나갈지는 기자 개인과 뉴스룸의 역량에 달렸지만, 아주 오랜 옛날부터 먼 미래까지 혁신의 에너지를 모을 수 있는 매체라는 생각입니다. 저한테도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한겨레21의 뉴스 콘텐츠는 항상 예외 없이 탁월했다”며 “비교우위에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시장’의 판단은 달랐다. 구독자 감소에 가판대 판매율도 떨어지면서 2년 전부터는 시사주간지 1위 자리를 시사IN에 내줬다. 그가 기자들과 함께 만들어나갈 변화들이 말이 아닌 행동과 결과로도 ‘입증’되어야 하는 이유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매주 중단 없이 계속, 꾸준히, 조금씩 바꿔 나갈 겁니다. 매거진 자체도, 디지털 관련 콘텐츠도 남들이 하지 않는 걸 매주 할 겁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많이 달라졌네?’ 하는 느낌을 주고 싶습니다.”


한겨레21 편집장레터인 ‘만리재에서(1054호)’ 그는 이렇게 끝맺는다. “매거진 한겨레21의 미래를 머리로 비관하고 심장으로 낙관한다. 물론 대개의 정답은 심장에 있다.” 그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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