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협찬 이전투구 도 넘었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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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6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다. 언론은 당시 무분별한 취재경쟁으로 유족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후 재난보도 지침까지 만들며 신속보다 정확한 보도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기자를 ‘기레기’라고 부르는 참혹한 현실 앞에 반성과 자정을 약속한 것이었다.


최근 MBN 미디어렙의 광고 영업일지 공개는 또 한번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한다. 언론의 약탈적 영업이 도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기자를 동원해 광고영업을 하고, 방송 편성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경제부 ㅊ부장이 광고주와 미팅’ ‘기자 통해 증액 추진’ 등 편집국이 광고영업에 직접 간여하고 있는 정황이 깨알같이 적혀 있다. 방송의 공공성을 위해 방송과 광고를 분리해야 한다는 미디어렙법의 취지가 영업현장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종편이 신문의 영향력을 무기로 광고주를 어르고 달래가며 장사하고 있는데 이를 감시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는 손 놓고 ‘강 건너 불구경’이다. 시장 혼탁을 조사하고 법 위반이 적발되면 제재해야 할 기관으로서 책임방기다.


평소 동업자의 영업행위에 애써 눈감아 온 한 경제신문이 대신 나섰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판단했는지 사설에서 ‘조폭식 영업행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모회사도 비슷한 영업관행을 보여왔고, 경쟁사에 협조적인 기업을 겁박했다고 폭로했다. 이를 두고 2년 전 한차례 지면전쟁을 벌인 적 있는 두 언론사가 전면전으로 치닫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으나 양측이 확전은 자제하는 모양이다. 그 배경을 두고 구악적인 영업행태 폭로전으로 치달을 경우 어느 쪽도 자유롭지 않은 ‘실익없는 싸움’이 될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언론사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탓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강압이나 악의적 기사로 광고협찬을 요구하는 것은 저널리즘과 거리가 멀다. 업계에선 부적절한 광고수주가 관행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언론환경이 악화되며 광고시장을 두고 벌어지는 쟁탈전이 예전보다 훨씬 심해졌다고까지 증언한다. 


최근 두 경제지가 전면전 직전까지 치닫게 된 것도 골프대회 후원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거액의 돈을 후원한다는 소식을 접한 상대 신문사가 지면기사로 후원업체를 비판했고, 해당 신문사가 특별팀까지 꾸려 대대적인 일전을 준비하다가 막판에 가까스로 평화협정을 맺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생존의 위기 앞에 언론환경이 갈수록 정글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풍경이다.


광고 이전투구에 내몰린 기자들의 피로감은 심해지고 있다. 광고 외에도 협찬 비중이 갈수록 늘며 영업에 동원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언론사가 주최하는 포럼이나 컨퍼런스 티켓을 팔기 위해 담당 출입처 기자가 직접 공문을 보내고 ‘협찬금 마와리’를 도는 지경이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영업에 동원되는 사례가 늘며 기자들은 스스로를 ‘땡기자’라고 자조하고 있다. 이런 노골적 광고협찬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언론의 감시견 역할은 어불성설이다.


더 큰 문제는 기자를 동원한 광고와 협찬이 결국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려 공멸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가뜩이나 언론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데, 구악적인 행태가 반복되면 독자들과 시청자들은 떠날 것이다. 정확, 공정, 신뢰가 떠난 곳엔 풍문과 억측이 자리할 것이다. 저널리즘 원칙은 어렵다고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혼탁한 시장일수록 더 요구되는 게 저널리즘 정신이다. 부당함에 당당히 저항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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