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 그림자 '고령화된 뉴스룸'

신규 인력 채용 축소 우려
50세 이상 역피라미드 구조
고참기자 활용 뿌리 못내려
선임·전문기자 활성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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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정년 60세 연장이 의무화됨에 따라 주요 언론사 종사자들의 정년이 2년에서 최대 5년까지 늘어나게 된다. 정년 연장은 법 시행에 따른 불가피한 조처이지만, 이미 진행 중인 뉴스룸의 고령화 구조가 고착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언론사 인력 구조는 50세 이상이 가장 많은 역피라미드 형태로 가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4 한국언론연감’에 따르면 2013년 신문산업의 기자직 종사자 중 50세 이상이 5395명(23.4%)으로 가장 많고 29세 이하가 3002명(13.0%)로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과 비교하면 다른 연령대가 다 줄어들거나 그대로인 반면 45세 이상 연령대만 늘어났다. 특히 일간신문의 50세 이상 기자직은 2012년 대비 52.9%가 증가했다.


고참 기자들은 늘고 있지만, 이들을 제대로 활용할 묘안은 찾지 못한 상태다. 대개 40대 중반이 되면 현장에서 물러나 논설위원이나 관리직을 맡는다. 인사 적체는 심하고 뉴스룸의 보직은 한정돼 있다 보니 편집국(보도국)을 떠나 다른 부서를 전전하다 정년을 맞는 사례도 많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선임기자, 전문기자 제도를 운영하는 언론사가 있지만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출입처 제도와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 문화의 한계 속에 숙련된 많은 고참 인력들이 무기력하게 정년을 맞고 있는 현실이다.


▲국민일보 노조는 지난 23일 회사가 조기 정년연장을 하겠다는 약속을 뒤집었다며 이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은 국민일보 직원들이 대자보를 읽는 모습. (사진=국민일보 노조 제공)

그래서일까. 지난해 한국기자협회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전국 기자 303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7.8%가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정년 연장법이 언론계 현실에 적용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다수(55.9%)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때문에 정년 연장은 노사 모두에게 이중의 고민을 던져준다. 당장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고 인사 적체 문제가 심해질 것이란 문제가 있지만, 신규 인력 채용이 그만큼 줄어들 우려도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일보가 지난 1월 구성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희망퇴직을 강행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당시 고재학 편집국장은 “한국일보 편집국 인력구조는 40~50대 비중이 전체의 54%, 차장급 20%, 부장급 이상 22%로 간부직 비중이 전체 기자의 절반에 가깝다”며 “고령 인력을 모두 떠안으면서 급여를 올리고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건 현재 우리 신문의 수익 구조상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겨레 역시 이대로 가다가는 평균 연령대가 더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겨레는 2024년까지 정년퇴직 등으로 100~120명 정도가 감소하고 그 밖에 매년 발생하는 자연 퇴사자(5명 안팎)를 더하면 향후 10년간 최대 170명이 자연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겨레 고위 관계자는 “정년퇴직 등으로 인력이 자연 감소해도 평균 연령대가 높은 구조적 문제를 벗어날 수 없다”며 “회사가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선 젊은 피 수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년 연장으로 당장 신규 일자리 창출이 힘들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신문의 경우 임금피크제 없이 정년 연장을 시행할 경우 연간 40~50억원 정도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당분간 신입 공채가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서울신문 노조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향후 5년 동안은 신입사원을 못 뽑을 거라고 본다. 매년 10명 안팎으로 뽑는데 정년이 5년 늘어나는 상황이다 보니 향후에는 그렇게 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정년 연장 의무화가 적용되는 국민일보도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에 따르면 국민일보 사측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대신 2015년부터 정년을 조기 연장하자는 노조의 제안에 대해 ‘매년 신입 직원을 선발한다’는 단체협상 조항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수습기자를 뽑을 때도 정년 연장 때문에 1~2명 적게 뽑았다고 말할 정도”라고 전했다. 기자들 내부에서도 의견이 나뉜다. 일자리 안정과 숙련된 기자직 활용을 위해 정년 조기 연장이 필요한 측면도 있지만,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고민이라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 노조 한 관계자는 “언론사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꾸준히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언론사가 해야 할 공적 책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면서 “임금피크제 도입 등 정년 연장 대비책 협상으로 올해 노사가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기존 인력의 희생을 최소화 하면서도 신규 인력 충원 등 인적 쇄신을 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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