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YTN 해직문제 외면한 배석규

YTN 떠나며 글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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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5시 28분. 서울 상암동 YTN뉴스퀘어 사옥 앞에 70여명의 YTN 간부들과 경영부문 직원들이 하나둘 모여 양열로 나란히 섰다. 2009년 10월 취임해 6년 여간 임기를 마친 YTN 배석규 사장의 마지막 퇴근길. 5시 30분. 배 사장이 김백 상무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고 임직원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3분여간 임직원들과 악수를 나눈 배 사장은 “건강하게 잘 지켜 달라”는 한마디 말을 하고 YTN을 떠났다. 6년의 종지부였다.

 

YTN은 이날 오전 10시 주주총회를 열고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관련기사 YTN, 배석규 6년만에 물러나고 조준희 등장) 배 사장의 6년 임기는 끝났지만 YTN에는 깊은 상흔이 남았다. 2008년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으로 해고된 6명의 기자 중 3명이 결국 배 사장 임기 내에 돌아오지 못했다. 해직 사태로 촉발된 노사 갈등은 양극으로 치달았고 불공정 보도와 회전문 인사 등의 문제로 구성원간 불신과 무기력은 YTN을 잠식했다.

 

▲YTN 배석규 사장이 임기를 마친 20일 오후 5시30분 YTN뉴스퀘어 사옥 앞에서 임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배 사장은 이날 오후 2시 2분 사내 공지 게시판에 ‘YTN을 떠나면서…’라는 제목의 글을 띄웠다. 배 사장은 “44살인 지난 1994년 초에 창업을 하겠다며 몸을 담은 YTN을 이제 60대 중반 들어 꼭 21년 만에 떠나게 된다”며 “아직 적지 않은 과제와 숙제를 남겨놓고 떠나지만 새로 오는 사장을 중심으로 여러분들이 힘을 합쳐 나간다면 지금까지와 같이 차근차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과 어려움이 많았지만 고비 고비를 현명하고 지혜롭게 대처하고 또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고 노력해온 여러분 덕분에 지금의 YTN은 지상파와도 어깨를 견주는 메이저 언론사로 성장했다”며 “온갖 어려움을 극복해왔던 YTN이라면 어떤 난관도 충분히 뛰어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직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2009년 배 사장 취임 한 달 뒤인 11월 해고무효확인소송 1심에서 6명 전원 해고 '무효'가 선고됐지만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구성원들은 내부 화합을 위한 선결과제로 해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진척은 없었다. 6년이 넘도록 해직 사태가 장기화된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지만 결국 임기 내 해결되지 않았다.

 

배 사장은 노사 관계에 있어서도 기존과 같은 입장을 비쳤다. YTN노동조합은 배 사장 임기가 끝나기 하루 전인 19일 성명을 통해 임기동안의 경영과 인사, 보도 문제점을 꼬집으면서 “YTN을 망친 배 사장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YTN노조 “배석규에 끝까지 책임 물을 것”) 배 사장은 “노조가 어제 떠나는 저에게 대부분 터무니없고 일방적인 주장을 되풀이해 설명했다”며 “각 사안마다 이미 저와 회사가 적극적으로 충분히 설명하고 대응해왔던 사안이기 때문에 굳이 되풀이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2009년 10월 취임한 배석규 사장은 한 달 후 해직기자 6명 전원 해고 '무효'가 선고된 해고무효확인소송 1심을 거부했고 6년이 넘도록 해직사태를 풀지 않고 장기화한 장본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배 사장은 “다만 노사분규 과정에서 빚어진 동료 간, 선후배 간 갈등의 골을 치유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면서 “모든 분들이 그 골을 좁히고 메울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주시길 부탁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본의 아니게 저로 인해 상처 받으신 분들이 있다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길 바란다”면서 “앞으로 비록 몸은 밖에 있더라도 마음은 항상 여러분들과 함께 할 것이다. 밖에서 YTN이 잘 성장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기원하겠다”고 밝혔다.

 

배 사장이 떠난 YTN에는 해직 문제와 내부 통합 등 산적한 과제가 많다. 조준희 신임 사장은 23일 오전 10시 취임식을 갖고 임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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