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금품수수 현직판사 사채왕과 유착 커넥션 추적

제293회 이달의기자상 취재보도1 / 한국일보 강철원 기자

  • 페이스북
  • 트위치

▲한국일보 강철원 기자

상대가 현직 판사라 취재에 더 공을 들였다. 1년 가까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100번 이상 확신했다. 최민호 판사가 ‘명동 사채왕’에게 거액을 받아 챙겼다는 사실을.


그런데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검찰과 경찰은 첩보를 입수했지만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덮어도 될 만큼 소소한 사건이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결국 보도를 하지 않으면 묻힐 수밖에 없었다.


대법원과 수사기관이 움직일 것으로 믿고 자신 있게 보도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너무도 비현실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사법부의 신뢰추락 운운하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국일보에 으름장을 놓았다. 검찰과 경찰은 여전히 머뭇거렸고, 다른 언론들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외로운 싸움이 시작됐다. 너무나 많은 진술과 증거, 정황이 있었지만 세 기관은 담합이라도 한 듯이 한국일보 보도를 부인했다. 위축되지는 않았지만, 진실규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직감했다. 길지 않은 기자생활 동안 이런 특이한 상황은 처음 경험했다.


알리고 또 알리는 수밖에 없었다. 2014년 4월8일자 첫 보도를 시작으로 5월 6월 9월 10월, 그리고 2015년 1월19일자까지 24꼭지를 보도했다. 1월20일 현직 판사가 사상 처음으로 긴급체포 되자 대법원은 뒤늦게 사과했고 다른 언론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10개월 만에 진실은 밝혀졌지만 과정은 험난했다. 특히 진실규명의 최후 보루라는 사법부가 진실을 감추는 데 앞장섰던 점은 두고두고 실망스럽다.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대법원과 검찰, 경찰 모두가 보도내용을 부인할 때도 현장 기자의 취재내용을 끝까지 믿고 독려해준 한국일보 선후배들이 적지 않다. 이희정·김희원 전 사회부장과 이진희 법조팀장에게 특별히 감사드린다.



한국일보 강철원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